한 해에 서너 권의 작품집을 내면서 50세에 우리나라 거대 아동문학단체를 이끌던 선생은 아동문학에 음악․미술․출판․어린이문화운동을 더해 범어린이문화단체 ‘어린이문화진흥회’를 만들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병호 총장을 초대 회장에 앉히면서 자신은 상임이사로 업무를 총괄했다.
1990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지원을 약속받고 1991년 3월에 사단법인이 된다. 어린이문화진흥회는 계간 《어린이문화》를 창간하고 일러스트 및 어린이도서전시회, 어린이문화 종합세미나를 개최하고 12월에는 250쪽 분량의 반년간 자료집 『오늘의 어린이 이대로 좋은가』를 발행했다.
1992년 5월, 문학․음악․미술․출판․어린이문화운동 등 5개 분야의 대상ㆍ본상을 수여하는 ‘어린이문화대상’을 제정하여 상금 외에 수상자 전원을 해외 어린이문화연수를 시킨 파격을 보였다. 1999년까지 8차례 시상한 ‘어린이문화대상’은 대우그룹의 부도로 막을 내렸다. 한때 사무국장을 맡은 동화작가 이희갑 선생의 회고에 따르면 창립 당시 김우중 회장이 한꺼번에 30억 원을 지원할 뜻을 비쳤다니, 대우빌딩에 ‘새싹회’ 사무실을 주고 윤석중 선생을 지원한 김우중 회장의 어린이문화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9회까지 김종상․석용원․조대현․조장희․이규희․이준연․이윤희 선생이 아동문학 부문을, 홍성찬․전성보․강우현․한병호․이억배․이규경․이한중 선생이 미술 부문을, 오세균․정문섭․서동석 선생이 음악 부문의 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소년소녀가장돕기 동시화전’, ‘어린이날 기념 동시화 공모전’, ‘어린이문화사랑방’, ‘새동요발표회’를 개최하고 방학 동안 읽어야 할 좋은 어린이책을 선정하기도 했다. 어린이 독서논술 전문 계간지 《생각이 저요, 저요!》를 5년간 발행하기도 했으며, 독서 안내 및 북 리뷰지 《아이북소리》를 발행하기도 했다.
2000년 3월에는 중단되었던 ‘어린이문화대상’ 대신 ‘400만 원 고료 어린이문화 신인대상’을 제정해 5회까지 동화 부문에 박문영․이영득․이성자․반인자 선생이, 동시 부문에 유은경․강공원 선생이 수상했다.
2대 김재은, 3․4대 이영호, 5대 정주환, 6대 송재찬, 7대 최균희 이사장을 거치면서 2022년 ‘어린이문화대상’을 부활하고 신인상 제도를 마련했다.지난 5월 5일 시상식을 차린 ‘2022 어린이문화대상’은 동시인 이준관 선생과 동화작가 길지연 선생이 수상했다.이준관 선생은 동시집 『흥얼흥얼 흥부자』로, 길지연 선생은 동화집 『고양이 뜰』로 수상했다.
‘2022어린이문화 신인상’은 동시인 유이지 선생이 동시조집 『나, 깍두기야!』로, 동화작가 이봄메 선생이 동화집 『일회용 가족』으로 수상했다.
동동숲에 있는 이준관 선생 나무는 문학관 뒤 길옆에 있는 소나무이고, 길지연 선생 나무는 글샘 곁에 있는 아름드리 서어나무다.대우그룹 같은 어린이문화에 뜻을 둔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시기에 탄생해 어렵게 어렵게 견디고 있는 어린이문화진흥회가 그 명성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상’은 상금이 많아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상 받는 사람의 이름으로 빛나게 마련이다. 훌륭한 대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자가 그에 걸맞은 명성을 이어갈 때 상은 저절로 빛나는 것이다.
동동숲작은도서관의 상주작가로 활동하면서 ‘고성공룡이야기책축제’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박형섭 작가가 어린이문화진흥회 사무총장이다. ‘책 읽는 문화고성’의 힘이 어린이문화진흥회의 또 다른 힘이 되길 소망해 본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