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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 이별의 뒷끝
목련꽃 질 때야 /이시향 시인 (디카시마니아)
여기저기 휴지 버려지듯
너저분한 꽃잎
사나흘 곱게 피었던 꽃이
지독한 꽃몸살인 걸 알았습니다
사랑하다 헤어질 때의 뒷모습을 이별 노래 가사로 남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른 봄에 제일 먼저 봄의 소식을 알리는 촛불 같은 목련이 핀다. 하나 둘 꽃들을 불러들이는 봄 마당에서 ‘사나흘 곱게 피었던 꽃이 지독한 꽃 몸살인 걸 알았습니다’ 이시향 시인은 아쉬운 이별을 저렇게 ‘지독한 몸살’로 표현한 것이 걸작이다.
금방 눈에 비친 꽃 무덤들이 사나흘 생각지도 못한 시간들 사이로 빠져나간 것을 보고 긴 문장의 편지로 남아 애별리고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으로 읽힌다.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는 같은 포물선을 그릴 수 없는 것이다. 이별은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지독한 몸살로 남아 둘 다 아픈 시간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목련꽃이 주는 미소에 흠뻑 빠져 있다가 어느 순간에 돌연히 떠나가 버리는 목련을 보고 우리네 인생처럼 사라지는 덧없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여기서 머물고 탄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느끼는 특별한 존재의 의미를 갖고 환하게 피었던 목련을 생각하고 그가 떠나는 뒷모습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가 떠난 흔적은 남은 자의 몫처럼 쓸쓸하지만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지독하게 아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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