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역사를 품은 절집에서 호국영령을 기리고 국태민안을 바라는 법석이 열렸다. 하이면 와룡산 중턱의 천년고찰 운흥사(주지 월암스님)에서는 지난 29일 불자를 비롯한 군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92회 운흥사 영산대재를 봉행했다. 이번 영산대재에서는 인연이 닿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괘불탱 원본 대신 약 4분의 1 크기의 사본이 사부대중을 맞이했다. 오전 11시 명종으로 시작된 이번 영산대재는 원명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쌍계총림 쌍계사 주지 영담큰스님, 쌍계총림 쌍계사 윤하 종성스님, 고성경찰서 유충열 서장이 부처님전에 꽃을 공양했다. 운흥사 주지 월암스님은 “오늘 영산대재는 왜군의 침략으로 내 겨레와 내 나라를 지켜낸 승병 의병을 비롯한 호국영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길 기원하는 법회”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우리 민족은 슬기롭게 대처해왔다. 올해도 호랑이가 포효하는 기개로 나라를 지킨 호국영령들이 오늘 봉행되는 이 영산대재에 의해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 번 이 겨레와 강토를 지켜낸 의병승들의 뜻을 기리고 오늘의 영산대재가 한 줄기 빛으로 가신 분들의 국난극복을 위한 업적과 가치를 재조명해 나라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태민안의 정신문화를 여는 데 밑거름이 되길 합장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 쌍계총림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우리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할 때는 부처님이 항상 우리 곁에 계시지만 우리 마음이 부정할 때는 부터님이 우리 곁에 계시더라도 볼 수가 없고 부처님의 음성도 들을 수 없다”면서 “고산 혜원 대선사께서는 불식촌음(不息寸陰) 즉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가풍을 세웠다. 우리가 모두 그 가풍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실천한다면 부처님과 더불어 큰스님께서도 항상 우리와 함께, 우리 곁에 나타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대재에 이어 2부 산사음악회에서는 나운하, 규리, 문수화, 최성 등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마련돼 불자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했다. 한편 운흥사 영산대재는 임진왜란 당시 왜적과 싸우다 숨진 승병과 의병, 관관, 수군의 영혼과 넋을 기리고 사부대중의 영혼을 발심시키며 불법에 귀의하게 하기 위해 조선 숙종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례다. 영산대재에는 10m60㎝, 세로 7m38㎝에 달하는 괘불탱(보물 제1317호)를 내걸어 조선 후기 화원 양성소였던 운흥사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