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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가 세개씩 벋는 삼지닥나무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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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샘입구에 있는 장승련 나무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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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작가 송재찬 나무 뒤의 수선화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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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글마을에 만개한 산수유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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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봄이 시작되는 달이다. 동동숲의 봄은 노랑이다. 풍년화가 지고 나면 양지꽃과 민들레, 수선화가 핀다. 노랑이다. 납매와 히어리, 생강나무와 삼지닥나무, 산수유가 꽃을 피우고 마지막으로 개나리와 골담초가 꽃을 피운다. 모두 노랑이다. 온통 흙과 낙엽뿐인 숲에 노랑이 그리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노랑은 따뜻하다. 그래서 봄은 노랑으로 시작하는 모양이다.
동동숲에서 제일 흔한 나무가 생강나무다. 오래된 고목은 없어도 새 줄기가 잘 돋아 처음에는 그리도 많던 생강나무가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다. 아마 사람과 함께 살기를 꺼리는 것 같다.
생강나무는 황매목이라고도 하는데 줄기를 꺾으면 생강 냄새가 난다. 동백이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에서는 동백나무, 산동백나무라고도 부르고 경북 북부 지방이나 강원도에서는 동박나무라고도 부른다. 강원도가 고향인 ‘정선 아리랑’에는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사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라고 ‘동박’이 나온다. 1935년에서 1937년까지 2년 동안 무려 30편의 단편소설을 쓴 김유정의 ‘동백꽃’은 동박꽃, 바로 생강나무꽃이다.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김유정문학촌’ 곳곳에 생강나무가 있다. 다분히 동화적이기도 한 ‘동백꽃’ 속의 동백을 위해서다. 가을에 까맣게 익는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 동백기름 대신 머릿기름으로 썼기에 그렇게 불렸을 것이다.
동동숲에 아무리 심어도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대추나무다. 요즘은 신품종도 나와 거의 달걀 수준의 큰 대추가 열리는 그 대추나무를 몇 해나 심었지만 끝내 식음을 전폐하고 고고히 떠나신 야속한 나무다. 대추나무 다음으로 애태우는 나무가 산수유다. 30여 년 전에 ‘작은글마을’에 심은 산수유가 20여 년 곁눈도 안 주다가 몇 해 전부터 띄엄띄엄 꽃을 피우더니 이제 제법 산수유 모습을 갖추었다.
동동숲에도 7~8년 전부터 10여 그루를 심었지만 제대로 큰 나무는 《열린아동문학》 2018년 가을호 ‘이 계절에 심은 동시나무’의 주인공 장승련 선생 나무다. 장승련 선생은 195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88년 아동문예 작품상으로 등단해 『민들레 피는 길은』, 『우산 속 둘이서』, 『바람의 맛』 등의 동시집을 펴내고 ‘한정동아동문학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산문 「제주도에서」와 동시 「어느새」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제주도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산수유는 봄에는 노란 꽃으로, 가을에는 빨간 열매로 사랑을 받지만,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군락지인 구례군 산동면과 의성군 사곡면 산수유는 척박한 땅에 사는 사람들이 생계용으로 심은 나무다.
산동면 산수유는 계척마을에 있는 1천 살 된 ‘할머니나무’를 비롯해서 100년 넘은 나무가 2천여 그루나 있다. 축구장 335개 크기만큼 넓은 구례 산수유꽃방석은 한때 밭농사 대신 산밭과 계곡에 심어 겨울 한철 빨간 열매에서 대추씨처럼 여분 씨앗을 발라내고 말린 것을 머리에 이고 지게에 져 시장에 내다 팔며 살았지만, 어느 땐가부터 제주도 귤나무처럼 세 그루만 있으면 자식들 대학공부 시킬 수 있다 해서 ‘대학나무’라 불리기도 했고, 지금은 봄, 가을에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부자 마을이 됐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 경기도 이북에서는 볼 수 없지만 옛날에는 좀 산다는 양반집에는 산수유를 심었다고 한다.『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에 보면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총 19종의 나무가 나오는데 그중에 산수유도 포함된다. 놀랍게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조연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신라 48대 경문왕은 귀가 당나귀처럼 길었는데 이 사실은 모자를 만드는 장인밖에 몰랐다. 평생 입 다물고 살던 장인이 죽을 즈음 도림사 대나무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쳤다. 그 뒤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리자 경문왕은 대나무를 베고 산수유를 심었는데 그 뒤부터는 ‘임금님 귀는 길다’ 소리만 났다고 한다.참 정 주지 않는 산수유지만 20년, 30년 지나면 동동숲 개울길에는 봄마다 산수유꽃이 흐드러져 바람만 불면 노랑노랑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