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로 꽃 피운 ‘겨울나무’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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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수 나무(왼쪽)와 유경환 나무(오른쪽)에 꽃 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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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수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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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수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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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환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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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혜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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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정세문 선생이 곡을 붙인 이 ‘겨울나무’는 ‘고향의 봄’과 함께 오랫동안 교과서에 실려 있던 이원수 선생의 동요다. ‘고향의 봄’과 비슷한 서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불끈 일어서게 하는 동요다. 꽁꽁 언 대지에서 비록 평생을 외로이 한자리에 서 있을지라도 꽃 피던 봄, 여름을 생각하며 휘파람을 부는 그 희망이 가슴을 뛰게 한다. 이원수 선생(1911~1981)은 1926년 《어린이》 4월호에 열다섯 어린 나이로 ‘고향의 봄’을 발표하며 아동문학에 발 디딘 이후 1971년 ‘한국아동문학가협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너른 멍석을 깔고 그늘 넓은 큰 나무가 되었다. 사실 돌아가실 때까지 선생은 사람 가리지 않고 누구든 따뜻하게 품어주고, 멀고 가까운 곳을 가리지 않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열린아동문학》은 2019년 ‘그리움 나무’ 난을 만들면서 작고 아동문학가를 모시기로 하고 그 해 탄신 100주년을 맞은 박홍근 선생을 가을호에 모시고 마당 입구에 큰 소나무를 드렸다. 그리고 두 번째로 2021년 봄호에 이원수 선생을 모시고, 2021년 가을호에 강소천 선생을 모셨다. 강소천 선생의 나무는 문학관 울타리 곁에 서 있는 수피 아름답고 정열적으로 꽃피우는 배롱나무다. 이원수 선생의 나무를 정할 때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숲 제일 좋은 자리, 제일 크고 멋진 나무를 드리고 싶었는데 오래 전에 품은 마음인 듯 이원수문학관에 근무하는 장진화 시인이 열린아동문학관 들머리 오른쪽에 있는 산딸나무를 찜했다. 제일 아끼고 아끼던 나무였다. 숲에 여러 그루의 산딸나무가 있지만, 이 나무는 해 거르지 않고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품종이 다른, 우리나라에 몇 그루 없는 나무였다. 다른 생각 없이 승낙하고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구나’하고 나무를 보니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한자리에서 겨울나무 같았던 우리 아동문학을 지키신 분이니 이제는 환하게 꽃피우며 살게 해드려야지 싶었다. 마침 그 왼쪽에는 《열린아동문학》 초대 발행인이자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후신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을 지낸 유경환 시인이 계시니 두 분의 자리가 참 빛나고 환했다. 산딸나무는 토종과 꽃산딸나무라고도 하는 서양산딸나무가 있는데 꽃은 비슷해도 꽃피는 시기와 열매가 다르다. 산딸나무는 산에서 자라며 열매가 익는 모습이 딸기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한자로는 사방을 비추는 꽃이라고 사조화(四照花)로 쓴다. 영어로는 dogwood, 우리 식으로 부르기 민망한 이름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예수가 짊어진 십자가가 이 산딸나무라서, 십(十)자처럼 생긴 하얀 꽃잎이 순결하게 보여서 교회의 뜰에 심고 좋아한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예수의 십자가가 된 이후 산딸나무는 크게 슬퍼하면서 다시는 십자가가 될 만큼 크지 않겠다고 다짐해 지금의 아담한 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먼 곳에서 보면 초록의 잎들을 온통 뒤덮고 있는 하얀 꽃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고 모인꽃싸개(총포)다. 진짜 꽃은 총포에 싸여있는 동그란 덩어리, 나중에 딸기처럼 익는 그 덩어리에 여러 송이가 자잘하게 모여 피는데 너무 작고 향기가 없어 희고 큰 총포는 벌, 나비를 부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수의 희생을 상징하는, 희고 순결한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는 한겨울을 이겨 낸 이원수 선생의 ‘겨울나무’의 보은으로는 너무 어울리는 나무다. 동동숲에는 두 분 외에도 희고 순결한 시 정신으로 동시를 쓰는 박선미 선생(2009년 여름호 동시나무)과 하인혜 선생(2020년 봄호 동시나무) 그리고 시조의 향기를 지키면서 오랜 세월 동시를 쓰는 진복희 선생(2021년 가을호 내 작품의 고향) 나무가 산딸나무다. 해마다 5월이면 때죽나무, 마삭 덩굴 꽃향기와 함께 산딸나무는 동동숲이 눈부시도록 하얀 꽃을 피울 것이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2년 0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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