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7-01 14:35:1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동동숲의 동매(童梅)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2월 11일
눈 속에서도 향기롭게 꽃을 피우는 매실나무는 매화나무라고도 한다. 열매를 중시하면 매실나무, 꽃
을 중시하면 매화나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책에 오른 이름은 매실나무다.
나무에 관계없이 홍매, 청매, 설중매 등 많은 이름이 있는데, 꽃이 폈을 때 꽃 색깔이 전체적으로 붉거나 꽃받침이 붉으면 홍매, 꽃받침이 연두색이면 청매라고 한다. 무슨 매화든 눈을 맞고 피어있으면 설중매, 꽃잎이 희게 보이면 백매, 꽃잎이 여러 겹이면 만첩매라고 한다. 그리고 일찍 피는 꽃이라고 조매, 추운 겨울에 핀다고 동매라고도 한다. 동동숲에 피는 매화는 ‘동동숲 매화’라고 겨울 동(冬)이 아닌 아이 동(童)을 써서 ‘동매(童梅)’라고 부른다.
동동숲에 매화를 심은 때는 1992년 봄이다. 문학관 터를 닦으면서 낸 길의 위쪽 진입로가 무너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산사태가 났다. 우리 숲의 터전을 닦아준 이진태 사장과 내가 지켜보는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마터면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생매장될 뻔했다. 이 사장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엄청난 손실을 봤을 것이다. 다행히 당시 대가면 이성열 면장과 황규완 부면장, 산림조합의 도움으로 복구가 되었지만, 순식간에 헐벗은 산은 무척 흉했다. 산림조합에서 사방용으로 뿌려준 큰낭아초가 지금까지 골칫덩이지만 처음의 그 헐벗음을 보고 생각한 것이 매실나무다.
‘이른 봄, 이 산을 향기롭고 하얀 꽃동산으로 만들자.’
그래서 40여 그루의 묘목을 심고, 어설픈 가지치기를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제법 틀이 잡힌 나무가 됐다. 처음에는 많은 양의 매실도 땄지만, 이 깊은 산중에 저들 혼자 사는데도 어데서 병, 벌레들이 찾아와 약을 치지 않으면 익을만하면 다 떨어진다. 그야말로 꽃만 보는 매화나무다.
이 밖에도 이 산을 처음 살 때 거제도 고기잡이 아저씨가 자정향실 앞에 심은 청매 세 그루와 길 아래쪽에 아홉 그루, 그리고 문학관 축대 밑에 세 그루가 있다. 그래서 동동숲에 있는 오십여 그루와 작은 글마을에 있는 스무 그루를 합해 칠십여 그루에서 딴 매실은 효소로 만들어 조미료와 음료수로 쓴다.
계명대학교 강판권 교수가 쓴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에 보면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출병하다 병사들이 오랜 행군에 지쳐 갈증을 호소할 때 “저 언덕 너머에 매실밭이 있다!!”라고 거짓말을 했고, 이에 군사들은 매실의 신맛을 떠올리고 입안에 가득 고인 침으로 갈증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옛날에는 국물의 간을 맞출 때 소금과 매실을 사용해 소금의 짠맛과 매실의 신맛을 조화롭게 이용했다는 내용도 있다.
동동숲에는 다섯 시인과 동화작가 한 분의 매실나무가 자라고 있다. 위쪽 들머리 축대 밑에 ‘지구본 때문에’로 제2회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은 이경애 선생과 2016년 겨울호의 동시나무 정은미 선생, 2012년 봄호의 동시나무 김미영 선생, 2021년 가을호의 동화나무 신이림 선생의 매실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다.
문학관 축대 밑에는 2011년 겨울호의 동시나무 유미희 선생과 2015년 봄호의 동시나무 정진아 선생의 매실나무가 자라고 있다. 유미희 선생의 매실나무는 꽃잎이 전부 붉은 홍매이고, 다른 네 분의 나무는 꽃받침이 붉은 홍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실나무는 지리산 자락 단속사 절터에 있는 정당매로 600살이 넘는 최고령이었는데 근래에 고사하고 말았다. 동동숲 매실나무는 이제 겨우 10년을 넘긴 아직은 어린 나무지만 100년도 못 넘기는 나무가 수두룩한데 600년 꿈이 있으니 매실나무를 가진 여섯 분도 600년의 꿈을 함께 꾸리라.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그를 사모하던 기생 두향이 매화분을 선물했고, 그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것을 도산서원에 와서는 애지중지 키우다 돌아가실 때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거라” 했다던 매화나무, 지금은 그 나무의 후손이 도산서원을 지키고 있듯 동동숲의 매실나무도 동동숲을 지키는 튼실한 나무가 될 것이다.
아동문학가는 아니지만 자정향실 앞에 천왕봉을 얹고 자라는 ‘정음이 나무’도 매실나무다. 청매다. 꽃처럼 청초하고 향기로운, 언제나 아이로 사는 ‘정음이 나무’가 바로 동동숲의 동매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2월 11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