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임인년 코로나 없는 평“범 내려온다”
흑색을 뜻하는 임(壬) 호랑이 인(寅)
힘 용맹 영험 겸비한 산신 대우
속담 동화에서 친근한 이미지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12월 31일
|
 |
|
ⓒ 고성신문 |
|
2022년은 임인년, 호랑이해다. 흑색을 뜻하는 임(壬)에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이라 검은 호랑이를 의미한다. 임인년은 음기에 머물던 만물이 양기를 받아 랑이마냥 기운을 만방에 떨칠 것이다. 이제 우리네 팍팍한 삶이 한 숨 크게 돌릴 수 있을까.
# 포악한 맹수이자 산신 호랑이는 동물의 제왕이다. 힘과 용맹을 겸비한 영험한 동물이라 ‘산신’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으로 한반도의 온갖 짐승들을 잡아들이기 전만 해도 호랑이는 영물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으며 그 용맹함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었다. 호랑이는 부귀와 권의의 상징이기도 했고, 잡귀와 부정을 막는 수호신이기도 했다. 민화 작품들이나 설화를 보면 호랑이는 마냥 무섭기만 한 동물이 아니라 해학적이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이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 탓에 한 번 출몰하면 재앙을 몰고 오는 포악한 맹수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로 대우하기도 했다. 우리 민담이나 전설, 신앙에서도 호랑이는 산신으로 신성시된다. 호랑이는 산군자(山君子)·산령(山靈)·산신령(山神靈)·산중영웅(山中英雄)로 불렸다. 두려우면서도 우러러보고 마을의 안녕을 빌기까지 했던 산신인 호랑이는 태몽에 등장하면 장차 태어날 아이의 고귀한 신분, 인격, 명예, 운수를 미리 최고로 좋을 것으로 믿었다. 꿈에서 호랑이와 싸워 이기거나 호랑이를 죽이는 등 호랑이와 맞딱뜨리면 명예나 권세, 승리를 의미하는 길몽으로 여겼다. 호랑이는 실생활에도 자주 등장했다. 있는 집 여식이 시집가는 날 탄 가마 위에는 호랑이 가죽을 덮어 부정과 잡귀를 막았다. 부녀자들은 액운을 막기 위해 호랑이 발톱으로 만든 노리개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 조선시대 무관들은 관복 앞뒤 흉배에 부귀와 권세를 상징하는 호랑이를 수놓기도 했다. 호랑이 다리모양 다리를 붙인 상을 호족반이라 했고, 정월에는 문배라고 해 호랑이 그림이나 虎(호) 자를 대문에 붙여 부정과 잡귀를 막기도 했다.
# 권위와 벽사, 명예의 상징 삼국지 위서 동이전을 보면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부르면서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벽사의 의미가 큰 호랑이는 그림과 부적에 그려넣어 나쁜 기운을 막았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액운을 막는 영험함 덕에 조상들은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 단오에 쑥으로 호랑이 형상을 만드는 애호(艾虎), ‘삼재부적판(三災符籍板)’ 등의 풍습이 있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속담에서 호랑이는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형님이라 불렀더니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줬다는 효자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 형님’, 떡장수 어머니를 잡아먹고 어머니로 변장해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든 ‘호랑이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니 뚝 그쳐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하게 됐다는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등은 때로는 효심 깊은 선한 동물로, 때로는 어리석고 때로는 포악한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호랑이는 털은 물론 뼈와 눈, 심지어 배설물까지 모든 부위가 약이나 생활용품으로 쓰였다. 호랑이의 뼈는 병이나 독에 의한 발작을 멈추게 한다고 해 풍병의 치료제로 쓰였다. 어둠 속에서도 번쩍이는 호랑이의 눈은 귀신도 쫓으니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호랑이털로 만든 붓은 예서를 쓰는 데 최고로 꼽혔다. 사대부에서는 벼루나 필통, 지통, 인장 등을 권위와 벽사를 상징하는 호랑이로 장식했다.
# 용맹한 흑호 기운 받는 임인년 현대에 와서 호랑이는 좀 더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아마도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영향이 크지 않을까. 동그란 얼굴과 동그란 눈에 활짝 웃는 입을 하고는 귀여운 몸매의 호랑이는 당시 다양한 캐릭터상품으로 대중을 만났다.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도 하얀색 호랑이였다. 지금도 호랑이는 여전히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군부대의 마크로 쓰이며 용맹함을 상징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든 K-컬처 중심에 조선팝이 있었고, 조선팝 중에서도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그야말로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알렸다.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 당시 대한민국 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에는 호랑이모습의 한반도를 그린 ‘범 내려온다’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를 본 일본 우익들이 호랑이 기운을 꺾고 싶었는지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임인년은 물러갈 기세 없는 코로나19로 해맞이 행사조차 없이 조용히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흑호랑이의 해 아닌가. 용맹한 흑호의 기운처럼 씩씩하고 용감하게 2022년 한 해 살아내기를, 호랑이의 번쩍이는 눈처럼 우리 일상도 번쩍번쩍 광이 나기를, 털 한 올조차 버릴 것 없는 호랑이처럼 알차기를 바란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12월 31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