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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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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탱자
이현영 시인(디카시마니아)
해종일 동무들끼리
엄마가 부를 때까지
놀이가 끝나지 않던
땟국물 얼굴로 놀던 그 때
지나간 시간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것
어릴 적 필자의 동네엔 탱자나무 울타리가 많았다. 여름 지나 향이 짙은 탱자는 여기저기 떨어져서 공처럼 주머니에 넣어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소꿉놀이할 때는 반으로 갈라 먹기까지 한 기억도 떠오른다. 엄마가 부를 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오후 해걸음이 그립다. 이현영 시인 <탱자탱자> 디카시에서 ‘땟국물 얼굴로 놀던 그때’ 그 시절 땟국물 얼굴로 놀던 그 아이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왜 그때 그 친구들은 꾀죄죄하고 땟국물이 주르륵 흘렀을까? 모두가 힘든 시기였고 놀이문화가 별 다른 것들이 없었기에 주변이 놀이터였고 산이나 들이 먹거리 장터였던 시절의 모습이다. 지금 그 친구들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 아카시아 꽃처럼 주렁주렁 달렸던 식솔이 많았던 집들 사이에도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한나절 지나 밥까지 먹고 갔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도 다시 돌아가라 하면 못 갈 것 같다. 이미 편안해진 모든 것이 생활 전반적으로 우리 정서를 다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애석함과 무심한 세월이 허망한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그렇게 스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탱자의 상큼한 것과 비록 땟국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해 저물게 골목을 따라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는 유년의 기억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그 시간들을 선물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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