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만선을 만든다
백영현 시집 발간 27일 출판기념회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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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바다를 꿈꿨다. 갯가의 그 비릿한 내음이 떠나있을 때면 그리워 못견디곤 했다. 남태평양과 지중해, 그리고 어느 섬과 섬 사이를 오갔고 적도를 넘나들었. 그는 바다를 제 몸보다 사랑했으나 바다는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친 풍랑이 몰아치면 그저 살게만 해달라 빌고 빌었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사내 백영현은 나이 예순이 넘어 글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외로움이 만선을 만들었다. “만선을 향한 허기와 갈증이 앙가슴 드러낸 빈 그물에 갇힌 날이면 뱃사람의 눈길은 먼 허공을 향하곤 했습니다. 관능도 유혹도 없는, 만나서 나눌 사랑도 없는, 눈물로 떠나보낼 이별마저 없는 뱃사람. 말수조차 줄여가며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이제 바다를 남겨두고 뭍에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고 섰습니다.” 백영현 씨는 젊은 시절 원양어선 선장이었다. 바다에서의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뭍에 발이 닿으면 오히려 더 울렁이는 것 같았다. 배에 오르면 철판 바로 아래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던 그가 바다를 떠나는 것은 힘들었다. 해양경찰이 돼 여전히 바다를 누볐다. 해양경찰 퇴직 6개월을 남기고 펜을 들었다. 예순셋이 돼서야 뒤늦게 등단했다. 하긴, 뭐든 시작에 늦은 나이는 없다. 그가 꿈꾸는 인생항로의 끝에는 늘 문학이 있었으니까. “배에서는 발 밑이 죽음이더니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인간이 나태하면 바다를 죽인다 싶었습니다. 바다의 허무가 겸손을 가르쳤고, 나이에 밀려 멀어지는 겸손을 바다로부터 배웠습니다. 바다 위에서는 그리도 외로웠는데 그 바다가 제 삶을 만선으로 만들어주네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의 새로운 바다가 세상에 나왔다. 백영현 씨의 시집 ‘외로움이 만선을 만든다’에는 70여 개의 인생항로가 펼쳐진다. 수도 없이 썼다 지웠던 글 속에서 그는 때로는 어부를 꿈꾸는 소년이 되고, 때로는 이국의 거리를 누비는 청년이 되고, 젊었던 아내에게서 불쑥 청혼을 받기도 하고, 조타실에서 그가 그리 사랑해 마지않던 바다를 가르기도 한다. 이 작은 책에 그가 젊은 시절 누비던 큰 바다가 담겨있다.(출판기념회 11월 27일 오후 6시 고성대웅예식장)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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