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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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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동화
하연우(디카시마니아)
내가 밖으로 나갔을 때
태양이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난 오늘 풍경이 되었다
가을이 부르는 소리 앞에서
가을마중에 나선 우리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표현되는 그들의 모습에 어떤 말보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여유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연우 시인 <가을동화>에서는 “난 오늘 풍경이 되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다람쥐였다가 강아지였다가 구름이 되고 사람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가을을 아름다운 동화 속 풍경으로 멈추어진 것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우연히 들여다본 하늘, 더 높은 구름, 색색 다른 낙엽은 가을축제다. 앙상하게 마지막까지 버티는 낙엽 생애는 세상에 대한 요염한 저항으로 비친다. 그리고 장엄하게 최후를 준비하는 것조차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고 떠나간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수용하는 겸허한 자세에서 우리들의 작은 마음들이 한없이 부서져 내리게 한다. 종종걸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은 너무 시끄럽게 세상을 움직이지만 가을동화 속 풍경들은 바람이 시키는 대로 내려놓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 ‘오늘’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 머물러 오늘도 힘들게 보내는 사람들이 있듯 가을은 모든 것들을 포용한 채 그들이 꾸며 놓은 동화 속으로 우리들을 불러들인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을과 함께 풍경이 되는 일, 그리고 그들을 천천히 보내며 한 줄의 엽서를 써 내려가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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