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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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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들다
이현영 (디카시마니아)
밖에 돌아다녀도
식구들 소리 나는
집에 와야 하루가 끝난다
하루의 종착역
아침 발걸음은 누구를 막론하고 종종걸음이다. 몇 번 현관문이 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침이 분주하게 빠져나간다.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무거운 일상들을 들고 때로는 아주 활기찬 하루를 부르면서 일터로, 학교로 정해진 규칙을 따라 돌다 해 지는 시간에 맞춰 빠져 나갔던 곳으로 저녁 이름표를 달고 모여드는 집. 달달한 저녁을 기대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침과 다른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를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길목에서는 동전의 이면 같은 골목을 접하기도 한다. 힘든 일과 신나는 일들이 겹치는 일상에서 길 위를 배회하는 우리들을 만날 때 가장 슬퍼 보인다. 불 꺼진 창, 부재 중인 부모님, 늦게까지 비워진 주방 등을 본다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엄청 멀고 슬픈 길이다. 다닥 붙은 단칸방에 이중창이 아닌 단열이 허술한 집일지라도 환하게 밝혀진 집 앞에서는 하루의 힘든 시간들이 옷깃에 묻은 먼지처럼 가볍게 떨어질 것이다. 가족의 힘은 엉킨 실타래 같지만 그 끈으로 우리들은 흔들리지 않는 삶의 고리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이현영 시인 <깃들다> 디카시에서는 식구들 소리가 나는/ 집에 와야 하루가 끝난다/고 한다. 가족들의 소리가 나는 집이야 말로 우리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귀에 익숙한 말투, 떠들고 웃는 소리, 현관에 어질려져있는 신발까지도 우리 집에서 느끼는 따스한 풍경이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말 속에는 “오늘 하루도 힘들었습니다”라는 의미가 숨어있기에 “수고했어요.” “고생 많았어!” 격려의 한마디가 집을 따뜻하게 데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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