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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를 교육·문화발전소로 2] 철공장도 통신 벙커도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부산 망미동 고려제강 F1963 시민 문화공간 재 탄생
제주도 비밀 벙커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빛의 벙커로
다양한 실험 계속…폐발전소도 문화재생 가능하다

하현갑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3일
[글 싣는 순서]
①석유기지가 문화기지로
②제주 빛의 벙커 부산 F1963 친환경문화공간이 되다.
③서울중부화력발전 주민과 소통의 비결은?
④삼천포화력발전소가 LNG 복합발전소로 새롭게 변신, 지역문화발전소로

ⓒ 고성신문
발전소가 생명을 다한 뒤 미술관이나 공연시설로 거듭난 사례를 해외에선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없다. 대체로 낡은 시설을 허물고 새로운 발전소를 다시 짓는 정도다.
그러나 지난 기사에서 살핀 것처럼, 석유비축기지나 쓰레기소각장으로 썼던 시설물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 이젠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산업시설이 문화재생을 만나 변신하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부산시 망미동 고려제장과 제주시의 한적한 시골마을 빛의 벙커에서도 찾을 수 있다.

↑↑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고려제강 수영공장 자리에 F193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고성신문
#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의 한 도심지의 고려제강 수영공장 자리. 이곳 주민들은 몇 해 전부터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위해 멀리 떨어진 공원이나 수영강 강변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바로 가까이에 편하게 거닐 수 있는 공원과 산책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이곳엔 전시관과 공연장, 도서관까지 들어서 있어, 휴식과 문화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쾌적한 카페나 식당은 즐겨 찾는 약속장소다.
먼 곳 주민들까지 단골로 찾는다는 이곳은 ‘재생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문화공장’을 기치로 내세운 복합문화공간, 고려제강의 F1963이다. F1963에서 ‘F’는 공장(Factory)을, ‘1963’은 1963년을 뜻한다.
이곳에선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가 생산된 고려제강공장이였다. 즉, 고려제강주식회사(=Kiswire)의 모태가 되는 공장이 이곳에 있었다. 세월이 흘러 공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지만, 남은 건물과 공간은 오랜 역사를 품은 채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고려제강의 와이어 공장은 2008년에 문을 닫았으나 한동안 텅 빈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의미 있는 공간으로 쓰자”는 경영자의 취지에 따라 2013년에 박물관과 기업홍보관을 설치했다. 이어 2016년에는 부산비엔날레의 전시관으로 쓰였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모습을 점점 갖추어 갔다. 이 과정에 부산시의 협조가 있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등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이 활용되었다.
이로써 약 10만 제곱미터의 와이어 공장 터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른 하나는 고려제강의 본사 공간으로 쓰인다. 나머지는 민간에 임대한 상태다. 그중 F1963은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를 유지한 채 공간의 사용 용도에 맞게 거듭나 있다.
F1963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6월 18일이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도시재생 또는 문화재생이란 이름표가 붙은 여느 시설보다 활력이 넘쳐 보였다. 코로나19로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제법 많은 시민이 F1963의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 제주도의 통신시설이 빛의 벙커로 문화시설로 탈바꿈한 대표사례가 되고 있다.
ⓒ 고성신문
# 잊혔던 비밀 벙커가 빛의 벙커로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벙커가 있었다. 이 벙커는 통신시설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깔기 위한 전초기지였던 셈이다.
1980년대 무렵에 들어선 이 시설은 2010년 무렵 효용 가치를 다했다. 그렇게 잊힌 채 방치됐던 이 비밀 벙커는 2018년에 이르러 ‘빛의 벙커’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금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이름난 곳이 되었다.
빛의 벙커 역시 산업시설이 문화시설로 탈바꿈한 대표적 사례다. 그 중심에는 ㈜티모넷이 있다. 민간기업인 티모넷은 프랑스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사업을 기획하고 2015년부터 그 대상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만난 곳이 통신 벙커였다. 2017년부터 기존의 시설을 1년 넘게 다듬고 꾸민 끝에 빛의 벙커를 탄생시켰다.
2018년 11월에 ‘빛의 벙커: 클림트’ 전을 시작해 1년간 56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듬해 12월엔 ‘빛의 벙커: 반 고흐’ 전으로 올해 2월까지 48만 명의 관람객을 이끌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는 ‘빛의 벙커: 모네, 르누아르…샤갈’ 전을 열고 있다.
빛의 벙커는 과거 국가기간 통신시설이었던 숨겨진 벙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900평에 달하는 이 곳은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벽히 차단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빛의 벙커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작품에 들어가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주어 눈과 귀의 감각을 일깨워 예술에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해준다. 
이번 '모네, 르누아르... 샤갈'전은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까지의 여정을 살아있는 예술경험인 미디어아트로 선사한다. 지중해 연안에서 활동했던 인상주의 대가 모네, 르누아르, 샤갈을 중심으로 피사로, 시냑, 드랭, 블라맹크, 뒤피 등 다양한 화가들의 창작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500여 점의 작품과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음악계 거장들의 곡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화도 매력포인트이다. 서정적이고 색채감이 넘치는 곡이 작품과 어우러져 관람객의 귀를 황홀하게 해준다. 또한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등 20세기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미디어아트 세계로 몰입도를 높여준다.
빛의 벙커 관계자는 “예술에 익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을 즐길 수 있는 대중성까지 지니고 있는 데다, 멋진 예술작품을 배경으로 인생사진도 남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재 빛의 벙커에서는 코로나19 방역도 철저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폐발전소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고자 빛의 벙커를 방문한 것은 지난 6월 12일이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서자 먼저 오감을 압도해 온 것은 음악(소리)이었다. 이어 미술 거장의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벽면과 바닥에 떠다녔다. 수십 대의 빔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빛의 예술이자 향연,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특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관람객에게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관을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쌓여 거장의 작품과 웅장한 음악에 압도당하며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다.
빛의 벙커 사업을 총괄하는 김현정 이사는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산업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 우리의 관심사”라며, “폐발전소를 재사용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티모넷은 올해 초 제2의 빛의 벙커 개관 작업에 들어갔다. 장소는 서울에 있는 워커힐 호텔 극장이다. 개관 시기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가 될 예정이다.


↑↑ 고성신문 하현갑 대표(사진 왼쪽)와 뉴스사천 하병주 대표(가운데)가 고려제강 이안기 팀장(오른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고성신문
“F1963은 부산시와 민관협업을 통한 전국 최초 사례”

F1963 운영 책임을 맡은 이안기 팀장은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에는 연간 60만 명 이상이 찾는 곳”이라며 위상을 소개했다.
이안기 팀장은 F1963은 민관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위 첫 사례로 부산시와 고려제강 부산문화재단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63년 Kiswire의 모태,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설립되어 2008년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폐쇄 생산설비를 설비를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안기 팀장은 2016년 이곳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F1963을 조성해 부산시와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F1963은 2017년 전시공연장 석전홀을 개관하고 2018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예술전문도서관 F1963 도서관이 문을 열어 믾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F1963은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졸를 유지한 채 공간의 용도와 특성에 맞추어 리노베이션된 재생건축이다. 옛것을 활용하되 옛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이는 공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은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이며 대형크레인이 메달려 있던 자리는 동서고전의 지혜를 모은 북타워가 들어서고 공장지붕을 받치던 트러스와 철판은 벤치와 표지판으로 다시 태어나고 공장뒷마당은 달빛가든으로 꽃과 나무들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안기 팀장은 “문화를 즐기는 열린공간 F1963 스퀘어는 무대와 객석 허브가든이 어우러져 다양한 오페라 영화 공연을 상영할 수 있으며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365일 즐기는 활기 넘치는 문화공장이다”라고 말했다.
고려제강과 부산시가 국내 최초로 민관협업을 통해 조성한 석천홀은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동시에 활용이 가능한 문화공간이라고 한다.
이 팀장은 고려제강 석천 홍종열 명예회장의 뜻을 담아 탄생했다며 코로나19이후 이 공간은 더욱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F1963 도서관은 수천년간 인류가 만들어온 세계의 건축 음악 미술 사진에 관한 책들을 소장하고 있는 예술전문도서관이다.
이안기 팀장은 “F1963은 어린이부터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365일 활기 넘치는 문화공간이며 땅과 하늘 사람이 만나는 친환경 열린공간이다”라고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하현갑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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