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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8일 구만면 머들땀농원에서 토종씨앗 나눔행사를 하고 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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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종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우선
“토종종자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에요. 관심이죠.”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 김명희 대표는 “토종종자 자체가 소중하고 값진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토종종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면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토종종자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움직임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명희 대표는 “토종이란 자생종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자생종을 포함해서 외래 귀화종이라 해도 누대에 걸쳐 씨를 받아 재배하면서 토착화되어 그 환경에 적응한 종자를 말한다”며 “토종종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땅의 농부들이 오랫동안 재배해온 토종이야말로 다양성의 보물창고이다”면서 “다양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며, 토종종자의 소중함을 인식해야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대표는 토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칫 그 핵심인 다양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토종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토종 종자가 다양성의 교두보라는 점, 종자에 대한 농부의 권리라는 측면, 토종과 연관된 문화의 다양성 및 그 주체의 문제 등을 놓치면 안 된다. 토종만 강조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잊기 십상이다.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토종을 기르는 목적이 온전한 제 씨앗을 가지기 위한 것도 있고, 맛의 다양성과 자람의 다양성도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예전에 먹어보던 친숙하고 그리운 맛을 지닌 것이 토종이라 힘들어도 채종을 계속하는데 일반 농부들에게는 돈이 안 되니 관심이 덜하다”면서 “누구를 나무랄수도 없는 일이다. 농촌에서 돈 안되는 일은 모두 헛짓인지 오랜 일인데…”라며 짧은 한숨을 토한다.
그는 “생계를 위한, 생업으로서 농업은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며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요즘 토종이 이른바 ‘돈이 되는 일’로 재조명되면서 찾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보존되는 걸 환영할 일인지 착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나마 젊은 귀농인들이 토종종자에 관심을 보이지만 그 마음이 진정인지 의심이 들때가 많다. 희귀한 것들을 심는것이 들불 같은 유행인데, 단지 그런 차원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 토종씨앗 나눔행사로 가치 알려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토종씨앗을 나눔해보고 키워보면서 이 토종씨앗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가고,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토종씨앗 나눔행사를 열고 있다.
처음에는 회원들 중심으로 토종씨앗을 나누며 소소한 텃밭의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을 함께 소통해왔다.
작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토종씨앗 나눔행사를 열고 있다.
작년과 올해 각각 50농가, 50여가지 토종씨앗을 나눔했다. 대표적으로 토종고추, 선비잡이콩, 황색얼룩콩, 푸른찰콩, 쥐이빨옥수수, 녹두, 수수, 차조, 큰박, 긴호박, 물외, 너부내상추, 쉰나리팥, 청호박 등 이미 타지역에서 맛이나, 수월한 농사법, 수확량 등이 검증된 씨앗을 나누었다.
그러나 나눔한 토종종자가 진짜로 빛을 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활동을 통해 농부에게 종자주권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 농업에서는 농부가 농사를 지어 거둔 수확물 중 종자를 보유함으로써 그 지역에 잘 적응한 종자들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행 종자산업법상 씨앗이나 모종을 파는 것은 종자관리사나 종묘사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예전에는 농부가 씨앗의 주인이었지만, 지금은 종묘사에서 씨앗을 사야 하는 소비자의 위치로 변한 것이다.
“식량증산이라는 이름 하에 다수확 방식으로 농업이 진행되면서 농부들이 토종씨앗을 뒤로 하고 개량된 씨앗을 쓰게 됐다. 그런데 지금은 식량이 풍부한 시대다. 그렇다면 수확량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 생태순환적인 음식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토종씨앗은 개량씨앗과는 달리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되물림 될 수 있는 종자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토종씨앗 나눔행사는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와 고성군여성농민회가 공동 주최하고 토종씨앗동아리가 주관하고 있다.
김명희 대표는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일반대중들에게 알리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9월에는 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를 초청해 ‘귀한 씨앗’ 토종종자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교육에 40여 명이 참여하는 등 군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는 앞으로 고성지역에 남아있는 토종씨앗을 채종할 계획이다.
김명희 대표는 “80대 이상의 농민들은 대를 이어온 토종씨앗을 보관, 보존하는 경우가 많으나, 문제는 이분들은 연로해서 거의 농사를 짓지 않는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분들은 70대 이하인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은 씨앗을 사서 심는 단작 세대라 토종씨앗 채종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하지만 더 늦기전에 각 읍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토종씨앗을 채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농사의 기본은 종자
예부터 농부들이 가장 귀하게 여겨왔던 것은 농사의 기본이 되는 씨앗, 바로 종자였다.
미스김 라일락, 구상나무, 청양고추의 공통점이 있다. 원래 우리나라를 원산지로 하는 식물들이었지만 외국 기업이 유전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로 종자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로열티를 내야 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라는 점이다. 한편 2010년에는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발생한 이익을 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종자전쟁의 시대에서 다른 지역의 토종 씨앗을 이용해 그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고 발생한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토종 종자를 미리 관리하고 더 나아가 재배를 확산시키는 고성여성농업인 종합지원센터의 활동은 종자주권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명희 대표는 “이제 막 토종종자 나눔의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다.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이 땅의 토종이 후손에게 길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토종종자가 농업적 가치가 높은 만큼 이를 확대·보급 시켜 고성이 토종종자 지킴이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 토종종자 살려야 종자주권 지킨다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대에 그친다고 한다.
수입종자에 밀리고 있는 토종종자에 대한 연구․개발은 종자주권과 식량 안보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미래 먹거리인 토종종자 산업 육성에 고성군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는 국산일까? 우리 식탁에 오르는 채소 상당수가 국외에서 종자를 사와 재배되고 있다.
1997년 IMF 이전엔 우리 땅에 뿌려지는 씨앗의 60%는 우리 종묘회사에서 구할 수 있었다. 종자주권을 빼앗긴 것이다.
토종종자라도 외국에서 육종했다면 그 종자에 대한 주권은 육종한 연구자가 갖게 된다. 토종종자를 보존함으로써 다른 나라에서 종자를 사 올 때 부담하는 막대한 사용료를 줄일 수 있으며, 세계 종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종자주권의 중요성과 그 값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다 자라도 50~80㎝ 정도인 앉은뱅이밀은 병해충에 강하고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토종밀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서 ‘농림 10호’로 개량되었고, 1940년대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는 앉은뱅이밀 씨앗을 이용해 ‘소노라 64호’라는 품종을 개발해 세계를 식량위기에서 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앉은뱅이밀이 토종종자의 가능성을 알린 것이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이 참여해 2012년부터 민간과 함께 황금종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황금종자사업은 종자 수출과 수입대체 품종 개발을 통해 종자강국 실현과 종자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사업이다.
전략적 종자 개발 연구․개발을 통해 2021년까지 종자 수출 2억 달러(약 2천484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맺음말
고성에는 행정보다 앞서 미래농업을 걱정하고 연구하는 농민들이 많다.
이상기후변화가 점차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토종씨앗에 걸게 되는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토종종자의 중요성이 탁상공론에서 멈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은 정부나 민간에서도 토종종자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행정의 집중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