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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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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주언
《시에》등단, 시집 『검은 나비를 봉인하다』등
현)경남문협편집장
한 켤레의 생각처럼
나란하고 싶습니다
네가 좀 더 나아가도 좋고
내가 좀 더 나아가도 좋은
그런 둘이고 싶습니다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란
우리의 가정을 살짝 들여다보면 한 켤레의 신발처럼 나란히 살고 있는 부부들도 있지만 수직의 힘이 가해진 가부장적인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 또는 아주 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내의 절대적인 부피의 힘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힘겨루기가 보이는 아슬아슬한 부부들도 볼 수 있다. 부부는 한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人)인 한자를 해석하는 좋은 예시의 모습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너무 밀착된 간섭은 배제하며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돈을 각자가 관리하며 소위 더치페이라는 형식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주언 시인 <부부>디카시에서는 ‘네가 좀 더 나아가도 좋고 내가 좀 더 나아가도 좋은’ 하나에서 둘로 나누어지는 듯, 둘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생활문화를 접해 온 사람끼리 이해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깊은 속뜻을 말하는 듯하다. 나란한 보폭으로 한곳을 바라보는 저 영상 속 신발처럼 어디를 가든 함께 할 수 있는 부부 모습이 우리 마음속 간직하고 싶은 그림이다. 표면만 부부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느낄 수 있는 신호체계를 가진 그 자체만이라도 발광되는 빛이 아닐까? 처음부터 딱딱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 신발을 신은 것처럼 불편했지만 신다보니 늘어나기도 하고 발이 적응하기도 하여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부부의 세계가 그러한 것 같다. 또한, 우리마음속에 살아있는 사랑이 그러하듯 둘이서 일상적인 삶의 궤적들을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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