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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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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골목
박두규 시인
- 전북 임실 출생, 시집 『사과꽃편지』 외
지금은 어디 있는지
살아있기는 한지
창문을 열어 재끼고 욕도 잘하던 그 가시내
되돌아 갈 수 없는 시간이 가 닿는 곳은
40~50대 나이를 지난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골목을 만났다. 회백색의 페인트가 솜씨 없이 덕지덕지 붙은 저 벽이 시대의 흐름을 붙잡고 있다. 영상속의 창문은 리얼리즘하게 투시되어 보여지는 귀한 풍경으로 사오십 대의 나이를 건너간 사람들의 눈에 익숙하여 달려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저 창 집 주인은 공부를 하던지 책을 읽기라도 한다면 창문 밑에서 조물거리는 아이들 노는 소리와 동네마다 있을 뻔한 술주정뱅이 옆집아저씨 욕지거리와 부부싸움이 펼쳐지는 진풍경을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 사람들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 박두규 시인 <유년의 골목>디카시는 그 시절 골목 안에서 부대끼던 유년의 사람들에게 안부 같은 시를 보내는 것 같다. ‘창문을 열어 제끼고 욕도 잘 하던 그 가시내’가 사뭇 그리운 나이인 것이다. 분명 그 가시내는 어려운 사회여건 속에서도 걸쭉한 욕지거리를 해가며 꿋꿋이 잘 살고 있으면서 때로는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사회봉사자 역할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지금 저 골목을 지나가면 맑은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유년의 창고기억에 머물러 있는 시인은 참 행복한 사람으로 보인다. 디카시 영상은 주거 환경문제를 운운하며 지금 넓어진 도로와 아파트로 제도화된 거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속 사진이다. 조금 불편한 환경이지만 사람의 기운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저 다다른 골목 안에서 일어나는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진 골목 풍경을 우리 아이들에게 안겨 줄 수는 없지만 많은 그림과 사진 등으로나마 시대적인 산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편리하고 딱딱한 것만이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지나간 과거가 다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온기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귀한 디카시 한편이 칠월 한복판에서 청량한 시간을 안겨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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