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종자가 땅을 살린다
② 멸종 위기의 용다시마를 되살린 강릉의 힘
③ 선흘곶을 제주고사리삼에게…
④ 제주토종 ‘제주말’ 복원 넘어 관광자원으로
⑤ 자연을 살리고 농수축산업 주권 지키는 토종종자의 힘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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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원장실 행사에 앞서 최완현 원장은 용다시마를 시험양식 중인 사근진 어장을 방문해 용다시마 생육상태를 연구진들과 함께 점검했다. 강원도 강릉 사근진어장에서 끌어올린 용다시마.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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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이후에는 자연산 용다시마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종자육종연구소는 보존 중인 용다시마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5년간의 현장 연구 끝에 올 1월 인공종자 대량생산에도 성공한 바 있다. 용다시마를 설명하고 있는 유현일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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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상이 무엇이든 완전히 사라진 후 다시 되살리거나 보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생명을 가진 것이라면 더 그렇다. 특히 식물과 종자는 모양(외형), 성분 등으로 복원해 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미래는 식량전쟁의 시대다. 종자가 경쟁력이자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이치다. 종자를 많이 가진자가 승리자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토종종자를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힘을 얻는 것이다. 우리주변에는 기후변화, 무관심 등으로 사라지는 종자가 너무 많다.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지켜야한다. # 토종종자, 왜 지켜야하나?
우리 땅과 기후에 적응한 토종씨앗이 우리 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수만 수천여 가지의 씨앗 중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 몸에 좋은 것들이 걸러지고 선택되어 왔고, 환경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은 토종씨앗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살아남아 먹거리 공급의 안정성을 지켜준다. 또한 토종씨앗으로 농민들은 종자회사에서 판매하는 1회용 씨앗을 해마다 다시 구입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토종씨앗이 ‘돈이 안 된다, 수확량이 얼마 안 된다.’라는 이유로 외면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작은 씨앗 안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농사를 지으면서 씨앗과 함께 한 경험과 실험을 통해 쌓아온 농촌공동체의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씨앗에 대한 권리가 기업이나 개인이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어서는 안 되며, 사적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토종씨앗을 지킨다는 것은 ‘지적재산권’이나 ‘특허’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개인이 빼앗아 간 씨앗을 선택하고 보존할 수 있는 권리를 농사를 짓는 농민의 손으로 되 찾아오는 것이다.
# 멸종위기 강원도 용다시마, 20년 만에 복원 뜬금없이 강원도 용다시마 복원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의아스러울 것 같다. 강원 동해안 앞바다에서 토종 다시마가 자취를 감춘 지 20여년이 됐다. 토종다시마인 용다시마는 1990년대만 해도 강릉 사근진 앞바다를 중심으로 연간 1천 톤 이상 채취되는 강원도 동해안 효자 해초였다. 표면이 매끈한 일반 다시마와는 달리 용다시마는 도톨도톨한 용 무늬 모양이 있다. 항암과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후코이단같은 기능성 물질도 일반 다시마에 비해 2배 가량 많아서 끈적끈적한 점액이 가득 흐른다. 사근진어촌계 어민 박삼랑 씨는 “당시 어민들은 너무 많아서, 사실 다시마 효능이 이렇게 좋은 몰랐다며 없어지고 나니 그제사 무릎을 치고 안타까워했지만 이미 후회해봐야 때는 늦었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복원에 성공해 양식이 가능, 대량생산할 수 있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남획과 잇따른 대형 태풍으로 바닷속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고, 수온 상승 등 해양 환경변화까지 겹쳐 현재는 자연 군락이 아예 소실된 상태다. 멸종 위기까지 내몰린 용다시마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어미 조각을 찾아내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고, 생장에 적합한 수심과 수온을 찾아서 5㏊ 규모로 강릉 앞바다에 시범 양식장을 조성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5년 간의 연구를 통해 2020년에 종자 이식시기와 양성수심(키우고 성장시키는 데 적합한 수심) 조절을 밝혀냄으로써 어미 용다시마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강원도는 연구 기관의 복원 성공을 계기로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해서 양식 산업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수산정책과 최성균 과장은 “연구기관들이 용다시마 종자를 생산하면 우리가 강원도에서 예산을 확보해서 어촌계와 시군과 같이 협력하고 산업화가 이루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용다시마는 수온이 높은 여름철이면 엽체가 녹아내리기 때문에, 늦가을에 인공종자를 생산하고 겨울철에 바닷속에서 키워 봄철에 수확하는 방법으로 양식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듯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하나의 종을 다시 복원하기까지는 오랜 연구와 노력, 시간이 투자돼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토종종자가 사라지고 난 후 복원한다고 아우성치고 소란피우지 말고 곁에 있을때 소중히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자는 것이다. 토종씨앗은 그 어느것 하나 허투로 보고 넘길 것이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 멸종위기에서 기사회생한 용다시마, 상품화로 경제성까지 더해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용다시마는 일본에서 인기 수산물로 각광받고 있다. 용다시마는 일반 다시마보다 후코이단이라는 성분이 2배 이상 많다. 일본에서는 500g당 10만 원 대에 거래될 정도로 고부가가치 품종이다. 일본에서는 200개 이상의 가공제품을 개발해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내년까지 양식 기술을 보급해 용다시마 산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강원도는 이번 복원 성공을 계기로 상품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용다시마를 활용한 가공제품이 출시되면 어민 소득증대는 물론 강원도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듯 토종종자의 보존과 복원은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며 우리에게 더 많은 혜택을 베푼다.
# 용다시마 양식산업화 모색 용다시마의 학술적 명칭은 ‘개다시마(Saccharina sculpera)’이나 ‘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 국립수산과학원이 2020년 1월에 ‘용다시마’라는 브랜드 명칭을 상표권을 등록했다.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최완현)은 강원도 특산 용다시마의 대량생산과 양식산업화를 위해 지난달 16일 동해수산연구소(강릉시 소재)에서 ‘현장 원장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장 원장실’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함께하는 국립수산과학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어업인 등과 소통하면서 현안사항을 논의하고 연구성과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대어업인 서비스 프로그램이다. ‘현장 원장실’ 행사에 앞서 최완현 원장은 용다시마를 시험양식 중인 강릉시 사근진 어장을 방문해 용다시마의 생육상태를 연구진들과 함께 직접 점검하면서 토종다시마 복원에 무한한 애착과 관심을 쏟았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종자육종연구소에서는 2021년 12월 용다시마 종자 300틀(1틀 종사 200m)을 무상분양할 계획이다. 이번 현장양식에 성공한 용다시마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교습어장(강릉시 사근진 연안, 5ha)에 인공종자를 이식하여 수심 5m에서 양식한 것으로 6월 현재 평균 엽장 1.1m(최대 엽장 1.5m)까지 생장(生長)한 상태다. 용다시마 엽체는 6월 중 일부 수확하여 건강식품 등 시제품 제작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올해 10월까지 계속 양식해 대량 종자생산을 위한 모조(母藻, 성숙엽체)로 활용될 예정이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용다시마의 종자생산은 물론 시험양식을 통해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강원도 지역의 해조류 양식산업 활성화를 위해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번 현장 원장실에서 제안해 주신 산업계, 학계, 지자체 및 어업인들의 요청 사항들을 향후 연구에 반영해 용다시마의 산업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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