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고성 삼시로 고성말 안 쓰모 머를 쓰낀데예? ② 어서 오시우야, 마카 질거운 여~는 강릉이래요 ③ 제주어 ᄆᆞᆫ딱 지켜내게양! ④ 웃당보민 행복해진덴햄쩌 ⑤ 고성말은 고성사람이 지키야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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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오광대의 비비과장은 고성말 표현과 단어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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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말로 된 들소리 고성농요는 고성 특유의 사투리로 맛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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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방언’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동일하다. ‘방언’은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라고도 정의돼있다. 일정 지역에서만 쓰는 변방의 언어라는 뜻이다. 표준어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위로 인식되면서 사투리는 점차 밀려나거나 사라지고 있다. 사투리의 소멸은 현재진행형이며, 곧 사멸을 앞두고 있는 위기의 언어이기도 하다. 언어에는 역사와 문화, 정서가 담겨있다. 또한 언어의 변화과정은 사회상을 반영한다. 한 집단의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언어는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중에서도 사투리는 짙은 지역색을 담고 있다. 사투리는 지역민들의 생활상을 반영한다. 표준어와 뿌리는 같을지라도 사투리는 지역과 지형에 따라, 생활방식에 따라, 역사나 기후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그러나 표준어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되면서 사투리는 촌스럽고 저급한 언어로 인식되고 있다. 사투리에는 지역색, 지역정서가 담겨있다. 말을 지키는 것은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고성사람들에게 고성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고성말, 사투리다. 지역에서 통하는 지역의 언어는 지역민을 단합시킨다. 그러나 지금 사투리는 거친 언어, 우아하지 않은 언어 심지어는 특정 지역의 언어는 사기꾼, 깡패 등 부정적 이미지가 쌓였다.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이다. # 언어의 다양성이 줄면 지적 기반도 약해진다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사투리의 가치와 보존에 대해 논의되고 동시에 연구 활동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일본 국립국어연구소는 60여 년에 걸쳐 도호쿠(東北) 지방 야마가타 현(山形縣) 북서부 쇼나이(庄內) 평야 남부의 중소도시인 쓰루오카시는 이미 60년 이상 지역언어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쓰루오카시민들은 표준어와 사투리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바꿔쓸 수도 있었다. 이 지역 역시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투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첫조사 당시인 1950년 주민 800명을 대상으로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동물의 이름을 물었을 때 63%가 ‘네코(neko)’라고 답했고 37%의 주민들은 지역어인 ‘네고(nego)’라고 답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네코라는 답이 97%, 지역어로 답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 해 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쓰루오카 사투리로 발음해보라 하자 88%가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가족끼리 사투리를 사용했고, 10% 미만이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0%는 관광객들에게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조사 초창기인 1950년에는 40%였다. 연구자들은 쓰루오카시는 지역적 특성으로 다른 지역의 언어에 영향을 덜 받고, 신문이나 방송 등 미디어의 발전으로 지역민들이 표준어를 잘 구사하며 대화하는 상대와 상황에 따라 표준어와 사투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어 연구는 미국이나 유렵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여러 나라가 한 대륙 안에서 접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언어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지적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사투리 연구는 더욱 활발하다. # 사투리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
사투리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녹아있다. 정서와 감정 또한 지역어 안에 들어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표준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도 가족이나 고향친구를 만나면 사투리를 쓰고, 타지에서 만난 동향사람과 금세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투리는 소박한 언어다. 정겹고 구수하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에서 사투리는 지역색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남 벌교를 무대로 한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고, 경남 하동 악양을 무대로 한 박경리의 소설 ‘토지’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평을 받을 수 있었을까. 영화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이 강원도 사투리, 정재영이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면 그렇게 맛깔스러운 표현들이 가능했을까. 사투리는 지역의 맛을 살리는 언어이자 지역민들의 언어권리이고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 고성의 민초들이 쓰던 말, 고성오광대
고성오광대는 서민들이 주된 관중으로, 마당에서 공연해온 놀음이다. 그런 덕분에 민초들이 쓰던 고성사투리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고성오광대의 제3과장에서는 세상 뭐든 다 잡아먹는 괴물 비비(영노)가 나타난다. 흥겹게 놀던 양반들은 이 괴물의 등장에 혼비백산 도망치기 바쁘다. 비비가 한 양반을 붙들고 놀린다. 연희대사본을 살펴보자.
양반 : (비비를 피하며 겁이 나는 모습으로 돌면서) 야 ~ 이놈아. 니가 뭐꼬. 비비 : 내가 비비다. 양반 : 비비가 뭐하는 놈이고? 비비 : 뭣이든지 다 잡아 묵는 기다. 비~비 양반 : 에, 그놈 겁나는 기로군. 그라모 니가 다 잡아먹는 기모 저 갱물에 치가 많다. 멸치, 꽁치, 털치, 참치, 준치가 있는데 그것도 다 묵것나? 비비 : 다 묵지. 비~비 양반 : 이거 큰일났군. 네 이놈, 저 산에 가도 치가 많다. 펄펄 나는 연치가 있고,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는 뻔덕뻔덕한 산갈치가 있고, 뿔이 두 개, 다리가 네 개인 무서운 송치가 있는데, 그것도 다 묵것나? 비비 : 그것도 잘 묵지. 비~비 양반 : 아이고 아무리 해도 잡아먹히고 말 것이니 이를 우짜꼬. 이놈아 니가 갱물의 치도 묵고, 육지의 치도 다잡아 묵으면, 내가 이놈아 양반이다, 양반도 묵것나 이놈아~ 비비 : 응! 니가 양반이가? 양반 : 그렇다 이놈아~ 내가, 내가 양반이다.
고성오광대 연희대사본에는 ‘~것이다’는 ‘~기다’, ‘~겠냐’는 ‘~것나’, ‘~이냐’는 ‘~이가’처럼 경상도 사투리에서 흔히 보이는 종결어미가 그대로 기록돼있다. 사용하는 단어들 중 갱물은 바닷물, 송치는 송아지다. 같은 고성이지만 송아지를 산치라 하는 곳도 있다. 젊은 사람들은 사용하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단어들이다. 고성오광대는 계속해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 고성토박이 젊은이들이 더 이상 오광대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젊은 연희자들 대부분은 부산이나 서울 등에서 전수교육을 통해 오광대와 인연을 맺고 고성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다. 가끔 오광대공연에서 사투리이기는 한데 억양이 오묘하게 어색한 연희자들은 외지 출신이다. 말뚝이나 비비처럼 대사가 있는 역할을 주로 해온 이들은 고성오광대보존회 이윤석 전 회장, 전광열 회장이다. 50~70대 연희꾼들이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는 연희대사본이 아니면 고성말로 된 고성오광대를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은 것이다.
# 고성말 표현이 고스란히 남은 들소리, 고성농요 고성오광대와 함께 고성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이자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것이 고성농요다. 고성농요는 들소리라는 특성 덕분에 논에서 고된 농사일을 하는 일꾼, 머슴들이 주로 쓰던 질박한 표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연희꾼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는 점도 고성말의 맛을 살릴 수 있는 힘이다. 70년대 채록된 후 대사본은 세대를 거치면서도 변함없이 고성말을 쓰고 있다. 고성농요의 대표적인 점심등지소리 대사본을 보자.
더디다-더디다 점심채미가 더디다- 숟가락 단반-에-세니라고 더디나- 바가지 죽반에 끼니라고 더디나- 미나리 챗국에 맛본다고 더디나- 짜린 치매 진 치매 끄니라고 더디나 짚신 한 짝 메투리 한 짝 끄니라고 더디나- 작은에미 큰에미 싸운다고 더디나- 삼칸집 모랭이 도니라고 더디나- 동세야 동세야 한꾸네 가자 요내 점심도 다 되었네
짜리다, 질다는 표현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표현이다. 그러나 ‘함께’라는 뜻의 ‘한꾸네’ 등은 50대 이상이 아니면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어화-어화-보리로 보고-때리조라 이색이-안붙거로-도리깨로- 돌리잡고- 궁딩이는- 모우고-보릿대가- 나간다- 뒤로-물러-서라- 염방-나간다- 목이-모리거든- 주인한테-술 주라꼬- 많이- 묵고서- 심차게-때리라- 질까는-사람이-질로- 몬가거로- 심차게- 때리라- 어화-어화-
힘과 신명이 넘치는 도리깨 타작소리는 남자머슴들이 주로 소리를 하니 고성말로 주고 받는 표현이 재미있다. 고성농요는 그나마 진주나 사천 등 우리 지역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의 회원들이 많아 경상도말의 표현이 더 자유롭다는 강점은 있다. 그러나 2030 젊은 세대인 회원은 고성오광대보다 적으니 현 세대가 현역에서 물러나면 고성말을 흉내낸 표현은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고성말로 된 고성 들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고성말을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은 사실 ‘거의 없다’. 고성문화원에서 발간한 책자나 고성군지에 군내 각 지역명 풀이를 싣거나 문화원 주최 고성사투리 말하기 대회 정도 외에는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투리는 지역민들의 삶과 역사, 문화와 함께 발전해왔다. 그러나 표준어에 밀려 소멸 위기를 맞았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사라지면 사투리는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온다. 고성말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표준어를 익히는 것도 앞으로의 삶에서 도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은 고성 아이들이다. 고성사람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지역어에서 출발한다. 문화재는 유형이든 무형이든 기록을 통해 후세에 전할 수 있다. 유한하다는 지하자원도 대체할만한 자원과 방법이 개발된다. 그러나 언어는 사라지면 복원할 수 없다. 특유의 억양과 쓰임새는 기록만으로는 모두 알 수 없다. 사투리는 생명을 가지고 있다. 고성말에는 고성사람의 정신이 담겨있다. 죽으면 되살릴 수 없다. 살아있을 때 지켜야 한다. 고성말은 고성사람이 지키야지예. 안 그렇습니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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