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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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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
유홍석(디카시마니아)
슬픔이 때맞춰 오지 않듯이
분노도 약속하고 오진 않는다
나 이겨낼거야 소리지른다
멀리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하늘을 향해
떨이가 주는 의미
바겐 세일이란 철이 바뀌어 재고품을 조금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행하는 것으로 싸다는 이점으로 소비자를 충동구매 하게 한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원하는 제품의 가격이 진정한 바겐 세일일 것이다. 난무한 세일이 이제는 별 다른 이목을 끌지는 못하지만 쇼윈도 앞에서 광고문처럼 서있는 세일단어가 무색하고 사람들을 때로는 힘 빠지게 하는 일도 더러 있었기에 우리들은 이제 신선한 세일을 기대해 봄직도 하다. 유홍석 시인의 ‘떨이’라는 말은 우리말이라 정겹다. 집에서 키운 푸성귀와 물건을 팔다 남은 재고를 떨이하고자 소리치던 장사꾼의 말을 오랜만에 듣는 것 같아 신선하게 들린다. 영상에서는 텅 빈 도로 위 상점 앞에 쓰여 진 세일의 문구는 요즘 힘든 우리 경제사정을 말하고 있는듯하다. “나 이겨 낼 거야’ 소리 지른다 멀리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하늘을 향해” 장사가 안 되는 소상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곳이 없는 분노와 슬픔이 한데 모여 있는 세일의 단어로 비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 힘들지만 ‘나 이겨 낼 거야’ 속뜻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아직은 버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일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을 동여매고 있는 것이다. 세일이 세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떨이의 아름다운 미덕을 생각해보면 고객에 대한 감사함이 깃든 마음의 증표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많이 웃을 수 있는 기쁨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마음 속 또 다른 원치 않게 찾아오는 슬픔떨이를 기도하고 있는 것인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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