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말이 오데가 우때서예? 2.] “어서 오시우야, 방굽소야. 마카 질거운 여~는 강릉이래요”
사투리로 지역 정체성 알리는 ‘시나미 강릉’
문화와 결합하면 사투리는 우수한 문화콘텐츠
강릉사투리보존회 지역어 연구, 채록, 교육 앞장
강릉시의회 강원도 최초 사투리 보존 지원 조례 마련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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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사투리보존회는 놀람절 행사를 개최해 관광객에게 강릉사투리를 홍보하고 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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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지역마다 역사와 함께, 지형따라 계속해 변해왔다. 게다가 그 지역의 토착민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라 지역민의 삶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는, 지역의 정신을 담은 문화유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투리는 홀대받는다. 젊은이들은 사투리를 쓰는 것을 꺼린다. 사투리의 홀대는 언어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표준어가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하면서 사투리는 평가절하됐다. 이 기준은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 당시부터 사용됐다. 30년대는 표준어를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규정했다. 1989년부터는 지금과 같은 기준이 생겼다. 표준어는 여전히 서울말 중심이다. 사투리를 쓰면 촌스럽고 시대에 뒤처지며, 사투리는 변방의 언어이자 고쳐야 할 구시대적 유산 따위로 본다. 그러나 사투리만큼 지역의 색채를 잘 담아내는 문화유산이 또 있을까. 이에 학계에서는 표준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투리를 보존 발전시킨다면 국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립방언연구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투리에는 표준어에서 사라진 말이 그대로 보존된 경우가 잦다. 이는 표준어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투리는 온전하지 않은 말이며, 이로 인해 다른 지역의 언어와 충돌을 일으킨다는 오해를 종종 사고 있다.
# 사투리는 지역의 정체성 강원도 강릉의 도시브랜드 명칭은 ‘문화도시 시나미 강릉’이다. ‘시나미’는 ‘천천히’라는 뜻을 가진 강릉 사투리다. 강릉에서는 사투리로 지역 정체성을 알리며 향토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강원도 방언은 영동방언권, 영서방언권으로 나뉜다. 이 중 영동 방언권의 지역은 또다시 북단 영동 방언권과 강릉방언권, 삼척방언권, 서남영동방언권으로 분류된다. 강릉은 지척인 양양이나 삼척과 다른, 독특한 사투리를 갖고 있다. 삼척은 인접한 경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양양은 함경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한 강원도의 서남쪽은 경기도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아 표준어에 가깝다. 그러나 강릉은 수도권과 거리가 멀고 산을 넘어야 하는 지형적 특징으로 다른 지역 언어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강릉 사투리는 억양도 독특하다. 얼핏 삼척, 양양과 비슷하지만 삼척보다는 약간 부드럽고, 양앙보다는 약간 억세다. 질문의 끝을 ‘~과’로 맺는 형태의 여성들끼리만 쓰는 사투리도 있다. 지형적, 문화적 특징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강릉사투리지만 최근에는 다른 강원도 사투리들과 혼용돼 ‘강원도 사투리’로 통용되는 일이 잦다. (사)강릉사투리보존회 박명규 회장은 “같은 강원도라도 강릉의 사투리는 아주 독특한 억양과 어휘를 가지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면서 “강릉사투리의 보존을 위해서는 보존회 역시 단순한 행사 개최 등 문화단체로서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지만 소멸 위기에 처한 강릉사투리를 현장에서 채록하고 연구하며 정리, 기록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 사투리, 문화관광의 우수한 콘텐츠 “쫄쫄 흘르는 물에더거 비누르 거품이 방글방글 나두룩 문대서 싹싹 비볘 씻거이대. 씻치두 아는 손으루 눈탱이, 콧구녕, 조댕이르 만치믄 대번에 걸례. 클난다니. 남이구 내구 이마빡이 짤짤 끓그든 대뜨번에 보건소, 120, 1339 선별진료소르 쫓어가이대.” 강릉말이다. 보건소, 선별진료소 같은 말들이 나오는 걸 보니 코로나19 이야기인 것 같긴 하다. “졸졸 흐르는 물에다가 비누 거품이 방울방울 나도록 문지르고 비벼 씻어야 해. 씻지않은 손으로 눈과 코, 입을 만지면 바로 걸려. 큰일나. 남이든 나든 이마에 열이 나면 바로 보건소 120,1339 선별진료소로 가야해.” 강릉사투리보존회(회장 박명규)가 지역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전한 코로나19 예방수칙이다. 같은 말이고, 훨씬 익숙한 표준어 문체이지만 전국 어딜 가나 똑같은 표준어 버전보다 강릉사투리 버전이 훨씬 더 눈길이 간다. 지난달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간 열전을 치른 ‘2021 금강대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 현장으로 가보자. “공으 쎄래대! 내 갈기라고! 저러이~. 배깥으로 차므 우떠하나. 저러 치 뛰고 내리 뛔 댕기니 갱기 끈나믄 고만에 감독이고 아고 폭삭 늙게싸.(세게 차. 힘껏 차라고. 저런. 밖으로 차면 어떡하나. 저렇게. 위로 뛰고 아래로 뛰어 다니니 경기 끝나면 금방 감독이고 선수고 많이 늙겠다.)” 억양이 지면에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리드미컬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된 축구대회는 유튜브를 통해 강릉사투리로 중계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개막전은 순간 접속자수가 5천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강릉은 관광도시다. 강릉에서는 사투리를 생활소품 등의 디자인에 적용해 홍보하고 있다. 시내나 해변의 어느 소품점을 들어가도 강릉 사투리를 쓴 상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강릉이래요’라는 짧은 문구 안에 강릉의 사계절과 자연을 담은 마그넷이나 ‘어시 오시우야’라는 강릉 사투리 인사말을 담은 향초도 흔하다. ‘안녕하시우야’를 그래피티 형태로 가슴과 등에 크게 장식한 티셔츠도 강릉 사투리를 성공적으로 상품화한 사례다. 강릉에서는 비록 코로나19로 일시 중단되기는 했으나 강릉 사투리로 만든 연극과 오페라 등 공연도 종종 펼쳐진다. 이는 사투리가 문화관광과 결합해 우수한 문화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 사투리 보존 나선 강릉사람들 “지역 언어인 사투리는 향토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지키는 것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지역 특색을 가진 수많은 어휘와 독특한 억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어요. 사투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언어는 지역, 사람의 역사와 시작을 같이 합니다. 사투리는 언어적 측면에서도 재평가받아야 해요. 사투리는 강릉을 진짜 강릉으로 만드는 가장 강릉다운 향기입니다.” (사)강릉사투리보존회는 1994년 강릉사투리대회 수상자모임으로 출발한 후 2000년 4월 정식으로 강릉사투리보존회를 창립했다. 이어 2006년 보존회는 법인설립 인가를 받은 후 사단법인이 됐다. 보존회는 인적기반을 구축하고, 사투리를 잘 사용하지 않는 초·중·고·대학생 등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투리 학습, 정기 경연대회 개최와 사례집 발간 및 보급 등 강릉 사투리의 체계적 전승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학술대회,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릉사투리가 등장하는 매체의 자문 역할도 언제든 기꺼이 하고 있다. 여느 사투리와 마찬가지로 강릉 사투리 역시 소멸위기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지역언어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제대로’ 강릉사투리를 쓰는 지역 어르신을 찾아 사투리를 채록하거나 피서객들이 강릉을 찾는 여름이면 보존회원들은 해변에서 ‘놀람절’이라는 사투리 행사도 개최한다. 강릉사투리의 체계적인 육성과 보존을 위해 강릉시의회는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강릉시의회 정광민 의원은 ‘강릉시 국어진흥 및 지역어 보존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올바른 국어의 사용 촉진과 지역어의 향토적 정체성 계승을 위한 시책개발과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이는 강원도 최초로 지역언어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의회가 나서 지원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사투리의 소멸은 지역소멸의 전조증상이다. 이 때문에 강릉에서는 수시로 강릉 사투리 보존을 위한 포럼 등 학술대회 개최는 물론 강릉방언대사전 편찬, 강릉사투리경연대회 등 지역 토착언어 전승과 보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은 지역언어가 우리 국어의 원천이고, 강릉말은 강릉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배어있는 지역의 큰 자산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민간단체로서 전승을 위한 연구와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고 시청에서도 그들을 지원하며, 의회 역시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등 손발이 착착 맞는다. 강릉사투리보존회 홈페이지에는 이런 인사가 반짝인다. “여러분 마커 방굽소야. 강릉사투리거 울매나 정겹고 말씨가 고운지 아나?” 강릉말을 지키려는 강릉사람들의 노력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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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1 16:52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