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닫힌 마동호, 지자체는 고민이나 하고 있을까?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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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호’는 고성 마암면과 동해면 사이에 둑을 쌓아 만든 834m 길이의 담수호이다. 집수면적 9천600만㎡에 총저수량 741만 톤 규모로, 한국자원공사에서 운영 관리하고 있다. 농업용수 공급이 목적으로 공사가 마무리 되면 4개의 양수장을 거쳐 전체 길이 48.5㎞의 물길을 따라 고성읍과 인근 지역 1천400만㎡의 농경지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 경비만 1천억 원 이상 들어간 대규모 시설로 유사 이래 고성의 가장 큰 토목 사업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고성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성천의 종착지이며, 당항만의 오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간사지가 포함되어 있어 환경·생태적 의미도 크다. 그런데 이 마동호가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간사지 인근에 곤충사를 빙자한 대규모 태양광 시설 난립으로 환경 파괴가 우려되는가 했더니, 행정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간사지 일대를 환경생태체험지구로 선정하여 ‘대가 저수지 및 고성천과 연계한 생태관광사업’이라는 계획서를 내놓았다. 거기에 더하여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손잡고 마동호를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지정을 목표로 지난 4월에 습지 보호 구역 지정계획안을 환경부에 제출하였고, 마동호와 대가 저수지 연계사업은 2024년까지 마무리한다고 하니 곧 마동호는 전국에서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농어촌 지역으로 개발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인근 지역의 개발과 더불어 무관심했던 환경을 돌아보고 오염되고 있는 마동호를 살릴 기회가 될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한편으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긴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마동호 건설의 첫 삽이 어설픈 위정자들의 욕심에서 시작되었다면, 마동호를 활용하는 생태관광사업은 고성군 행정의 졸속 기획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보호’와 ‘개발’이라는 두 개의 떡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발이라는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사실, 이런 인공호수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무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인근 지역 농민들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물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할 때는 없었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고성군의 농지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대규모 농업용수 공급시설의 필요성은 갈수록 낮아진다. 더구나 바다를 막아 만든 호수는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적합한 수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국가에서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그런데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밀어붙였다. 또한, 갇힌 물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호수로 들어오는 수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 수질 기준에 맞는 곳은 우리나라 담수호 중에 한 군데도 없다. 시화호 수질오염 사건을 비롯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과 대부분의 인공 호수가 수질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썩어가면서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무지했던 시기에나 가능했지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물길을 막는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이처럼 시작이 현명하지 못했다면 진행이나 마무리라도 깔끔해야 한다. 그런데도 행정의 무책임함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국가적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마동호 문제에 대해 소홀했다. 일찍부터 간사지 일대를 생태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지적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물은 썩어가고, 인근에 축사와 공장이 들어서더니, 마침내 대규모 태양광 시설까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역의 사회단체와 언론에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의회가 태양광 시설 규제를 위한 조례를 준비할 때쯤에야 ‘간사지 갈대 습지 생태공원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는 순간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내용을 검토해보면 보존보다는 개발의 의욕이 앞선다. 자연 친화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보존이나 보완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체험관 건물을 지어 생태관광지로 거듭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있는 것을 가꾸고 다듬는 것이 환경 보호이다. 새로 짓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섣부른 개발은 않았으면 싶건만 도리어 높은 둑을 쌓아 둘레길을 새로 만들고 간사지의 명품인 백악기 지층을 볼 기회를 없애고 있다. 멀리에서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갈대숲의 풍광을 테크길을 만들어 도리어 풍광을 해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보고서의 근시안적 접근이다. 생태관광 도시라는 근사한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라는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축약하면 한 마디로 ‘닫힌 마동호’에 대한 계획안이다. 핵심을 크게 잘못 짚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정표에서 벗어난 길인데 보고서 계획대로라면 ‘친환경 도시 고성’으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마동호는 고성 최악의 토목 사업이다. 우리는 마동호의 물길을 연다는 데 방점을 찍으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닫혀서 썩는 마동호가 아닌 열린 마동호의 물길을 통해 당항만과 하나가 된 간사지를 그려야 한다. 후손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물길을 틔워야 한다. 물길을 막은 상태에서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는 어불성설이다. 닫힌 마동호는 둑 안만 썩는 것이 아니다. 당항만의 바닷물도 함께 썩는다. 결국, 고성이라는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는 패착이 될 것이다.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행정에서는 입버릇처럼 말하는 스펙이 뛰어난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의견을 들었다.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환경을 전문한 사람들이니 그 능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8명의 주요 참가자 중에 고성 주민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지에서 모셔온 사람들이다.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더라도 의회 의원들이나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그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사정을 꿰차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고성에 살지도 않는 외지인의 눈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눈에 간사지와 맞붙어 있는 당항포의 역사성과, 간사지 둘레길의 백악기 지질층과, 마동호 수문으로 인해 흐름이 끊긴 고성천의 모습이 보였을까? 몇십 년 후에는 썩은 물로 변할 마동호의 미래를 보았을까? 지금도 20년 전에 만든 마동호의 개발 목적이 유효한지, 이순신과 공룡이 있는 당항만의 경제·환경·관광·역사적 가치와 마동호의 개발 가치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보고서에 담겨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당항만까지 포함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마동호 일대를 자연환경 보호지역으로 선정하는 것은 시급하지만 개발은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습지 보호지역 지정도 더 많은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간사지 일대의 습지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간사지라고 특정하지 않고 마동호 전체를 습지로 만들겠다는 것은 그 배경에 마동호의 수문을 막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유입되는 쓰레기도 막지 못하면서 물길부터 막았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정 환경을 고민하고 고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동호 물길을 틔우는데 행정과 의회가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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