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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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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
유홍석(디카시마니아)
이른 아침 산동네 매일장 섰다
밭에서 날아온 숨 쉬는 채소
파는 사람 사는 이 마음 알고
사는 사람 파는 이 심정 헤아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금 박치기
이제는 추억으로 남는 그림들
시골사람들은 동네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기다려 그들의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제는 농협마트, 또는 유통의 발전으로 마켓이란 이름으로 대형화된 슈퍼의 등장으로 오일장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간간이 콩나물이나 생선, 또는 모든 생필품을 싣고 산동네나 어촌 동네를 트럭으로 다니는 분들이 계시기에 할머니들은 그 생필품트럭을 기다린다. 시장에서 느끼는 정겨운 풍경을 트럭을 둘러싸고 이리저리 물건을 고르시는 모습으로 영상에 담겨있는 것이 참 인상 깊다. 유홍석 시인은 디카시 <새벽시장>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금 박치기”라고 한다. 이 문장에서 일축된 고마움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달려와 준 장사꾼이나 이를 반기는 소비자가 다 한마음이라는 것이다. 요즘, 소비문화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라는 인식이 매우 크다. 갑질논란도 생기지만 어떤 경우에서도 대접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상대방의 이해보다 내가 여기에 와서 소비를 해주니 당연하게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뜻이 담겨있고 요구에 응당한 대가가 없으면 소비자고발을 운운한다. 하지만 필자도 소비자가 되어 판매자에게 이런 대접을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키며 언짢은 말투로 퉁명스럽게 손님을 대하는 것을 볼 때면 바쁜 일상이라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씁쓸한 적이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영상의 트럭에는 옹기종기 붙은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묻은 미소가 보인다. 정형화된 마트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달리는 ‘트럭슈퍼마켓’이 우리의 정서를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물건을 파고 사는 일에도 서로의 안부부터 챙기는 친숙한 관계가 엿보이는 트럭마켓에서 매일의 특판과 몽땅떨이 세일에 따뜻한 하루가 실려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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