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치유의 빛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있습니다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
인간 위주의 파괴적 삶에 자연이 경고하는 코로나19
부처님은 사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밝은 마음자리는 선악을 초월하는 힘
마음이 떠난 자리를 찾아드는 것이 화두고 참선
욕심을 내려놓으면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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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운스님 / 고성군사암연합회장·천황산 약수암 주지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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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덮친 지 벌써 2년째. 전 세계는 여전히 문을 닫아걸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난한 고통이 이지고 또 이어진다. 수많은 매체에서는 연일 확진자가 들쑥날쑥 수백 명이라며 걱정을 쏟아낸다.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가 이 무서운 시대를 불러온 것입니다. 인간 위주의 파괴적 삶을 두고 자연법계가 경고하는 것이지요. 달리 생각하면 자연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알게 되는 계기입니다.” 대가면 연지리 산속에 숨어있는 절집 천황산 약수암의 주지 수운스님(고성군사암연합회장)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다는 연기법,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길 때라 강조한다. 수운스님은 자연과 인류는 상생하고 공존하는 존재이며, 사람은 자연에 속한 것이지 자연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감염병으로 절체절명이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금껏 해온 습관과 생각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담마기금(擔麻棄金)이라는 말이 있다. 삼덩어리를 짊어지고 금덩어리는 버린다는 뜻이다. 이는 하찮은 것을 택하고 귀한 것은 버린다는 의미다. 현 시점의 인류에게 담마기금은 되짚어봐야 할 말이다. 당장의 편리와 이득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그 흐름을 깨뜨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즉 탐진치(貪瞋癡)는 삼독심(三毒心)입니다. 속에 숨어 은근히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탐욕, 겉으로 드러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성냄, 아주 깊은 곳에 숨어 자신조차 알 수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삼독심은 죄악의 근본이에요.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를 불러오는 마음의 작용이지요. 사람의 무분별한 자연 개발은 탐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가짐에 대한 욕심은 오늘날 크나큰 재앙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류를 힘들게 하는 숱한 일들이 탐진치에서 온 것입니다. 탐진치를 버려야 합니다. ” 수운스님은 마음 쓰기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은 쉬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순간순간 변하기 쉽고 더러워지는 것 또한 순간이다. 그러니 우리는 분별심, 깨끗하고 사려깊은 마음을 갖기 쉽지 않은 것이다. “부처님은 중도예요. 어느 쪽에도 편견이 없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 사라지는 것은 육신일 뿐 마음이 아닙니다. 육신은 껍데기입니다. 선과 악의 마음자리는 한 뿌리지요. 중생이 깨치면 부처가 되는 것이고, 깨치지 못하면 중생이에요. 부처님은 사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는 부처와 마귀가 함께 있다. 나의 중심은 나임을 깨닫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참된 나와 거짓된 나를 찾는 것, 거짓인 나를 버리는 일이 참선의 시작이다. 불교의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인간이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유혹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고 나의 마음자리를 찾는다면 그것은 곧 부처의 길이다. 참선하면 마음자리가 밝아진다. 밝은 마음자리는 선악을 초월하는 힘을 갖게 한다. 상대분별은 우리 스스로가 일으키는 것이다. 마음이 떠난 자리를 찾아드는 것이 화두고 참선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했습니다. 불변하는 실체가 없이 여러 인연이 화합하는 것을 말하지요. 모든 분별이 끊어진 것입니다. 공(空)이 근원이에요. 공(空)과 무(無)는 다릅니다. ‘무’는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러나 ‘공’은 차있어도 비워내는 것입니다.” 눈과 귀, 코, 혀, 피부, 정신은 육근(六根)이다. 육근은 저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 108가지 번뇌다. 그런데 이 번뇌란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으면 사라진다. 돈과 명예, 이성에 대한 탐욕 따위가 바람직하지 못하고 시기나 질투가 나쁜 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은 일시에 정리될 수 없다. 그러니 수행과 참선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더더욱 그렇다. “코로나19로 분노가 마음 가득 차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원래 화는 없어요. 내가 화난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화는 사라지고 없던 것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고 화를 따라가게 되면 나 스스로가 화가 되는 겁니다. 돈에 대한 집착은 자연의 섭리를 파괴합니다. 탐욕과 집착이 불러온 감염병이 창궐합니다. 몸은 영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껍데기에 연연합니다. 세상을 떠날 때 사라지는 것은 육신이지 마음이 아닙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부처님은 자비를 행다. 사랑은 대상이 있지만 자비는 대상이 없다. 무차별적인 사랑이다. 봄비는 모든 꽃에 무차별적으로 내린다. ‘무차별’이라는 점은 코로나19와 자비, 봄비가 다 같다. 생활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생활은 이미 바뀌었다. 사람들은 거리를 두고, 음식을 바꾸고, 일상을 바꿨다.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생긴 후에도 인간의 탐욕이 멈추지 않는다면 자연은 또다른 병을 불러온다. 우리의 삶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코로나19는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인류에게 성찰의 기회를 줬다. 부처님의 청정한 가르침은 지금껏 겪은 적 없는 이 고난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빛을 밝히고 있다.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만성이 돼 슬그머니 방역수칙을 어긴다. 그러나 나로 인해 내 가족과 이웃이 아프다면 그것은 지옥과 다름없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욕심을 잠시 내려놓으면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웃에 배려없는 사람이 되면 안 됩니다. 시대적으로 참아야할 소명이 있습니다. 불교의 교리와 수행이 어렵다는 분들이 계시지요. 참된 나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마음자리를 비우고 선과 악,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수행의 길은 고난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수행자입니다. 우리를 위해 부처님이 세상에 나투신 것입니다.” 올해는 불기 2565년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에는 봉축법회를 아예 봉행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온마음을 다한 덕에 올해는 적은 수나마 모일 수 있게 됐다. 마음이 모여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히면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고성군민들께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닿기를 바랍니다. 이 땅의 모든 불자의 원력보살이 중생을 지키고 구제하는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상이 더욱 맑고 향기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희망과 치유의 연등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음자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환히 밝아졌어요. 이제 우리의 삶은 더욱 환하고 밝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밝힌 등불은 어느 해보다 밝고 환히 세상을 비출 것입니다. 법등은 삶의 지혜의 등이 되고, 자등은 이웃을 사랑하는 무차별의 자비가 되어, 희망과 치유, 공생의 밝은 빛이 되길 바랍니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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