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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의 미궁(迷宮)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12일
ⓒ 고성신문
그리스 남쪽에 있던 ‘크레타’라는 섬나라에 다이달로스라는 장인이 있었다. 재주가 뛰어나 그의 손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하늘이 준 손재주가 그에게는 도리어 재앙으로 돌아왔다.
크레타 왕 미노스는 반인반우(半人半牛)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그에게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도록 하였지만, 테세우스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궁 탈출에 성공한 후, 그 벌로 아들과 함께 미궁에 갇힌다.
자신이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궁을 빠져나올 수 없었던 그는, 밀랍과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아들을 잃는 불운을 당한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사랑놀음 때문에, 자신도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고도 벌을 받은 다이달로스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다이달로스의 불행은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테세우스를 사랑하는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에게 실타래를 이용하여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다이달로스 자신이었다. 미로에 그런 허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재주를 과신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오만하고 어리석었던 다이달로스가 과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많은 다이달로스의 후예들을 만난다.
최근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정말 구분하기가 힘들다.
전염병과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국민이 힘들어할 때, 정치는 극단적인 이념과 진영 논리로 다투고 있다.
어려움이 닥치면 함께 가야 할 길을 제시함이 당연하건만 일부 지도자와 언론은 사실 여부도 따지지 않고 상대방을 헐뜯고 짓밟는 추태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난감하다. 말 그대로 미궁에 빠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이 아니라, 이런 난국을 만든 지도자들과 언론이다.
자신의 이익을 좇는 추한 모습을 영웅적인 행위로 채색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그러나 큰 착각이다. 그들은 국민을 미궁 속에 가두면 자신들의 부귀영화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 보태어 편 가르기에 편승한 일부 지지자들이 그들이 착각 속에 살도록 충동질하기도 한다.
멀리까지 보지 않아도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 그런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지도자까지 누구도 이런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 갈등을 만들고 부추기다가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 손가락질받는 지도자가 허다하다.
욕심과 교만이 넘치면 다이달로스처럼 스스로 만든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불행을 맞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러다 보니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끝이 좋은 정치가를 보기 힘들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불행한 결말을 맞았고, 많은 정치가가 여러 가지 사유로 추문을 남겼다.
우리 지역 역시 전직 국회의원과 역대 군수 몇 명이 불명예스럽게 도중하차한 일이 있다.
이상스럽게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덕망을 갖추었다고 칭송받던 사람이 정치라는 옷을 입으면 추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말도 있고, ‘정치는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말’이라는 우스갯말도 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자신은 그런 부류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정치를 하고 있거나 꿈꾸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짚어보고 새겨들을 일이다.
어수선한 시국이다. 모든 것이 혼미한 미궁 속이다. 코로나로 인해 뒤숭숭한 시국에 보태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로 인한 국민의 분열과 갈등에 보궐선거까지 겹쳐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기도 힘들 만큼 뒤죽박죽이다.
그게 어디 중앙 정부만 그러랴?
작은 도시 고성 역시 중앙 정부의 축소판이라고 할 것이다.
‘최고’와 ‘최초’를 부르짖으며 역동적으로 군정을 이끌고 가는 백두현 군정 뒤편에서도 온갖 잡음이 들려온다.
작은 권력에 도취하여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도 있고, 권세를 등에 업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 선정적인 잡지에나 실릴 만한 해괴한 이야기도 떠돈다. 물론 사실이 아닌, 찌라시에 실릴 정도의 가치 없는 ‘카더라’ 통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떠돈다는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다.
그러기에 ‘카더라’ 통신을 탓하기 전에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느낌의 정도는 있겠지만 사실 권력의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사람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들에게서 다이달로스의 오만에 가득 찬 그림자를 본다.
지금 그들은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곁에서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얼마나 대단한 권세인지, 그리고 그 권력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제발, 미궁을 만든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도취하여 자신의 코앞에 있는 위기를 모르는 불행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이제 일 년 남짓 남았다.
지난 3년이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시간이었다면 남은 1년은 수확의 시간이다.
젊은 군수 백두현은 정치가이자 행정가이다. 출중한 능력으로 정치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도 임기 동안 많은 공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소통 부족으로 의회나 일부 공무원, 그리고 주민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상대방의 잘못만 따진다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만고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용기와 지략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군수의 열정과 역량에 난국을 풀어나갈 실타래를 보탠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군수에게 필요한 실타래는 주변에서 걱정해주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잘하고 있는데 발목을 잡는다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진심을 몰라 줘서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주민을 편 가르는 ‘나쁜 정치’보다 주민을 하나로 화합하는 ‘좋은 행정’이 필요할 때다.
주민들은, 열정적인 군정과 미래 지향적인 사업 추진도 좋지만, 내편 네편을 나누지 않고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미궁을 만든 잔재주 많은 다이달로스보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진 자국의 젊은이들을 이끌고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온 테세우스처럼 지혜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그러기에 혹시 그동안 열정에 넘쳐 무시한 것은 없었는지, 가진 것이 없어서 불편한 사람이 없었는지, 혹은 내 편이 아니어서 억울한 사람이 없었는지 주변을 살펴보고 함께 갈 수 있도록 손잡아 주면 좋겠다.
군수는 귀를 더 열기 바란다. 겸손하게 허리 숙여 더 많은 소리를 듣기 바란다.
쓴소리를 잘 듣는 것이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은 그동안의 잡음을 털어내고, 주민의 화합을 이끄는 사업에 주력했으면 좋겠다.
백두현 군수의 현명함과 능력을 믿는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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