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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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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사라지다
김병수(디카시마니아)
일 년 동안 키운 돼지 잡아버렸다
우수수 쏟아내는 동전들
지폐에 묻혀 카드에 밀려
뒷방으로 밀려나고
앞으로 돼지는 누가 키우누
돼지저금통이 주는 기쁨
우리들이 자랄 때 자신의 돼지저금통 하나 정도는 갖고 살았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에게 심부름 값으로 받았던 용돈을 저금통에 넣는 순간 부자가 되는 기분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뚱뚱한 돼지저금통이 부풀어 오를 때면 부모님생신 선물과 형제, 친구들의 생일축하 준비금을 준비하는 꿈을 꾸게 했던 돼지저금통이 이제는 뒷방으로 아니 차츰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부모님이 주시는 아이들 용돈은 통장으로 입금되어 체크카드 한 장으로 통용되는 지금 모든 것이 간편해졌지만 돈에 대한 생각들은 우리정서와는 사뭇 다른 점 들을 느낀다. 김병수 시인의 <저금사라지다>에서 영상에서 보여주는 잔돈더미가 새롭게 보인다. 분명 저 많은 돈이 쌓일 때까지 많은 시간과 무거워지는 돼지 몸무게로 무척 행복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폐에 묻혀 카드에 밀려 뒷방으로 밀려나고” 현실을 가늠하는 아쉬운 목소리로 돼지는 누가 키우노라고 걱정하지만 분명 돼지는 다른 용도로 키워질 것이다. 너무 앞선 걱정보다 우리미래인 그들에게 맘 놓고 믿어보는 일밖에. 그들에게 잠재되어있는 검소하고 절약정신이 분명 배어 있을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 속담을 그들도 알 것이며 작은 돈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경각심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대 간 차이에서 느끼는 문화가 달라졌을 뿐, 삶의 방식이 다른 형태로 약간 변형된 것을 우리 기성세대가 먼저 인식하고 이해하면서 우리가 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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