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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증거들, 나를 더욱 값지게 하는 삶

계정 정창석 전 고성향교 전교
80세 기념 평생 저술한 글 모아
‘계정집’ 문집 발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2월 05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80년을 살고 보니 생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삶의 증거들을 모아두려 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여정을 내가 정리하지 않으면 누가 정리하겠나 싶었어요.”
정창석 전 고성향교 전교가 80세를 기념하며 자신의 호를 딴 문집 ‘계정집(溪亭集)’을 펴냈다. 계정집에는 한시 800편, 서(논설) 19편, 잡저(수필) 15편, 서(논술) 9편, 기(기행문) 25편, 자설 3편, 명 25편, 잠 1편, 축문 6편, 제문 20편, 상량문 3편, 발문 3편 그밖에 묘갈명 신도비 고유문 등 정 선생이 평생 저술한 글을 모아 수록했다.
“글을 모아 정리하고 책을 만들어 내기까지 근 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원고를 정리해 출판사에 보낸 후에도 7개월이나 걸려 인쇄했어요. 대구를 오가며 교정하려니 힘들기도 했지요. 김형호, 박형제, 심상정 선생 등 도움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제 인생을 담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네요.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계정 정창석 선생은 1941년 10월 11일 아버지 송은공과 어머니 영암김씨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당교육이 사라지고 신식 학교교육이 당연해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선생은 학교 대신 서당을 택했다. 동리서숙에서 동몽학을 배웠다. 10살 남짓할 때는 마암면 수림서당에서 실암 배상흘 선생에게 수학하며 학문을 닦았다. 이때 그의 학문은 한 단계 껑충 뛰어 올랐다.
학문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의 집에서 구만면에 살던 구봉 이예중 선생의 서재까지는 40리길, 16㎞ 정도의 거리였다. 몸은 힘들어도 학구열을 이기지는 못했다. 구봉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궁금한 것은 새내 신암 허격 선생에게 여쭙고, 그렇게 궁금증을 해결하면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제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구봉 선생은 ‘계정’이라는 호를 지어줬다.
합천 추연 권용현 선생의 문하에 영재들이 모여 수학한다는 소문에 즉시 합천으로 향했다.
“추연 선생을 모시며 밤낮없이 쉬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은 환희였어요. 새벽에 일어나 전날 배운 것들을 암송하고, 선생님을 모시고 동문들과 함께 산보를 나섰어요. 송시교에서 잠시 쉬어가며 각자 시구를 읊은 후에는 선생님께서 교정과 함께 장단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때의 시작연마 덕분에 시를 즐기게 됐지요. 아주 오래 전이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성철스님을 만났을 때 스님은 그에게 “사물도 아니오, 마음도 아니오, 부처도 아닌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준 성이오”라 답했다. 성철스님은 격의없이 방문해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한다.
정창석 선생은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에 응모하여 수료한 것은 물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학과 연수과정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서울생활을 접고 귀향한 후에는 경남대학교에서 고전연구회 학생들에게 논어 맹자 등 경서강독을 했다. 때로는 경남대학교 대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궁중유물 중 서간문 번역을 돕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알려지자 현직 교사들이 알음알음 계정서당을 찾기 시작했다. 계정서당에서 수학한 제자들은 선생의 가르침을 돈독히 실천하고자 열락계를 결성해 수양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고성향교 전교를 맡았을 적에는 유림의 숫자를 확충해 향교의 경영을 원활하게 했다. 이회서당 원장으로 있으면서는 논어 맹자 등 경서를 강독해 유풍의 맥을 잇고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을 해왔다.
“책은 나왔으나 발간기념회를 하며 나눌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난 삶 속에서 열심히 탐구하고 정진한 기록들이 이웃에 읽히고 알려져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제 80년은 더욱 값진 삶이 될 것입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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