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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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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권현숙(디카시마니아)
하루를 벗고 돌아가는
고단한 등 뒤로
한숨처럼 툭 터져나오는 시간들
가장 낮은 곳
생생하게 남겨진 가장의 무게
저울로 달 수 없는 무게가 있다면
한 가정의 가장이란 이름표를 다는 순간 혼자가 아닌 집합체의 무게를 지니게 된다. 가장 얼굴에는 항상 긴장된 하루가 실려 있어 밝은 표정보다는 무표정의 얼굴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도 아버지의 담배냄새와 함께 나오는 한숨소리를 그때는 몰랐다. 일곱 식구가 매달려있는 아버지의 어깨에 올려 진 짐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학교에 갈 때마다 가방을 메고 용돈타령을 했던 철없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권현숙 시인의 <무게>에서 안전화의 앞창이 다 닳을 때 까지 움직였던 노동의 흔적이 보인다. 한숨처럼 툭 터져 나오는 시간에서야 신발의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저 닳아진 안전화를 하루 더 신어야 할지 고민했을 우리 아버지들의 힘든 고민도 함께 드러난다.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하는 가장의 자리이기에 더욱더 가슴 아프다. 고단한 등 뒤로 가장 낮은 자세로 계셨던 우리아버지들 덕분에 우리는 따뜻한 가정이란 곳에서 잘 자랄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저 고단한 무게를 가진 아버지들에게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이 유일하게 피로를 푸는 특효약이라는 것을 우리아이들은 잘 모를 것 같다. 자식들이 묵묵히 자신의 일들을 개척해나가며 하루 세 번의 웃음이 담긴 가까운 마음으로 안부를 전하는 일은 매우 쉽게 생각되지만 습관이 되지 않으면 이처럼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예쁜 마음으로 오늘 우리 아버지들의 하루 무게를 가벼운 깃털처럼, 그리고 어깨에 실려 있는 저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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