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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차순이 살아온 이야기 “인생살이 그렇더라”

80년 가까운 인생
일기 모아 자서전 발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11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흘러간 노래가사 같은 인생이다. 그 시절엔 다들 그랬다, 하기에는 살아온 인생이 하도 기가 막히고 돌아보니 가슴 먹먹해 어떻게든 풀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제차순의 일기를 모아 인생을 책으로 펴냈다. “인생살이 그렇더라.”
“험하고도 고달픈 길을 이제 뒤돌아보니 후회도 많고 아쉬움도 많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러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되어 눈도 흐리고 사지욱신 멀쩡한 곳이 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두서없이 몇 자를 적고 보니 밤이 벌써 삼경이 넘었네. 지나온 세월을 필설로 어찌 다 할 수 있을까.”
80년 가까운 세월을 어떻게 글 몇 자에 담아낼까. 남해에서 태어나 고성 대가면 척정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말, 칠원제씨 가난한 집안 둘째딸은 ‘대한등을 켜고 개떡종이가 검은색으로 바뀔 때까지’ 글공부를 했지만 중학교도 갈 수 없었고, 꽃같은 나이에 시집살이를 해야 했다.
양천허씨 남편은 주벽이 있었고, 시매서는 혼수 핑계로 살림을 부수곤 했다. 첫딸을 낳고는 죄인 아닌 죄인이었고 아들 낳고 기 좀 펴나 했지만 시아버지는 바른 소리 하는 며느리에게 “칠원제가 똑똑한 년”이라며 수시로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만 알았다.
새마을부녀회를 하면서 마을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숨통이 틔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일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세상에 목소리 조금 내고, 발 조금 담글 수 있는 일이 꽤 즐거웠다. 남편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주벽으로 골목길을 안방삼아 자는 일이 일쑤였고 살림살이도 늘 그 자리를 맴맴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환희 가득한 순간도 여럿이었다. 이렇게 버티는 건가 보다 싶었다. 그게 77년 세월이었다.
“어느덧 청춘 다 가고 인간 팔십이 눈앞에 닥치고 보니 무엇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뒤돌아본 지난 세월이 한스럽습니다…이제는 모든 미움과 후회, 원망도 다 내려놓고 작은 새 한 마리가 수풀에 앉았다 가는 것과 같은, 우리네 인생에 더 미련 두어야 소용 없다는 걸 알기에 이제 내 몸 챙기면서 자식들 효도나 받으면서 살아갈까 합니다.”
돈이 많아야 성공한 인생도 아니고, 이름을 떨쳐야 잘 산 것도 아니다. 평범한 것이 가장 힘든 일 아닌가. 그저 소소하지만 마음 편한 행복, 그것이야말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성공이다. 그리 보면 어린 시절 수필가를 꿈꿨던 소녀 제차순이 80 고개를 바라보며 마음 편한 노후를 즐기는 것, 인생살이 그렇더라 웃으며 뱉을 수 있는 것이 세상 어느 인생보다 성공한 인생 아닌가.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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