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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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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未練)
래시인(디카시마니아)
어렵게 찾아왔는데
이제는 떠나겠다는 가을
당신이 가면
나의 삶엔 별이 지는 것
옷자락을 붙들어 봅니다
우리 삶 모두가 미련인 걸
사람들은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참 잘했다”라고 말하기보다 “그때 조금만 더 해 볼 걸”, “더 참을 걸” “더 잘해 줄 걸” 하는 아쉬움으로 과거 속 ‘나’에게 미련을 가진다. 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생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이 학교를 다닐 수 있으면 후회 없는 나날을 보낼 것만 같고, 퇴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졸업시킨 아이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 아이들 가슴에 따뜻한 선생님이고 싶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시험장을 들어가는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이란 노력으로 다 쏟아 부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조영래시인의 디카시 <미련>에서는 사람을 포함한 자연에서도 등가물로 ‘미련’이라는 아쉬움이 읽힌다. 어렵게 찾아온 거미에게 조금 늦은 가을은 이미 떠날 준비를 끝난 것을 보면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사명을 다한 단풍잎은 화려한 젊은 날을 추억으로 원숙한 낙엽이 될 때까지 거미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돌고 돌아 온 해후에서 너무 늦게 찾아온 연인 같은 영상이 이 한적한 가을에 가슴을 쓸어내고 있다. 하지만 저 거미도 목 놓아 울고 나면 미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을까싶다. 삶이란 동아줄에서 많은 미련을 스친 우리들. 아슬아슬 거미줄을 붙들고 있는 거미는 한낮이 지나면 다시 다른 길을 찾는 것처럼 한순간 미련으로 남을 단풍잎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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