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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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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치기
양향숙(디카시마니아)
땅거미 지고
고샅에 아이들 부르는 소리
상기된 얼굴로 돌아온
오빠의 때 묻은 호주머니에서
와르르 쏟아지던 유리구슬
유년은 언제나 아름다운 동화로 기억된다
디카시「구슬치기」읽으면서 필자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장난감이 없던 시절, 자치기, 말치기, 딱지치기 모두가 자연에서 얻어온 소재로 손으로 깎아서 만든 수공예품들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유일한 구슬은 돈으로 사야 하는 귀한 놀이감이었다. 나는 가끔씩 오빠가 아버지 장화 속에 숨겨둔 구슬을 가지고 나가 온종일 쏘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구슬의 많고 적음은 부의 가치의 척도로특히 어렵게 구한 왕방울 구슬, 색깔 구슬을 가진 사람 뒤에 졸졸 따라다니는 풍경이 허다했다. 나도 그 무리 속에 속해져 따라다닌 그림자가 떠 오른다. 남자아이들이랑 구슬 놀이하다가 따가지고 온 날보다 구슬을 잃고 온 날이많아 오빠에게 혼났던 추억들이 이 디카시 뒷면에서 나의 이야기가 상기되어 웃게 만든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유튜브로 시간을 떼우니 몸으로 부대끼고 어울려 다녔던 죽마고우들의 끈끈한 정을 알 수 없는 지금의 아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발걸음은 자연이나 마당이 아닌 학원이나 컴퓨터의 가상세계에서 머물러 메마른 감정을 가진 아이들 유년의 기억속에서는 훗날 어떤 그림들이 놓일까 걱정이 앞선다. 양향숙 시인은 구슬을 닮은 나무의 열매에서 과거 속 오빠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마술 같은 구슬이 연상되는 보물창고인 유년의 기억이 아름답게 녹아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족한 시간이지만 획일화된 교과서가 아닌 자연에서 맘껏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선물해 보다면 그들의 유년에서도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 쌓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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