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유기동물보호소 두 달, 변화의 시작
관리번호 쓴 목걸이
정보카드 등 체계적 관리
현재 보호동물 100여 마리
보호소 포화상태
동물과 보호소 관리
군민 자원봉사 손길 시급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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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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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유기견보호소가 안락사율 90%에 가까운 전국 최악의 보호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지 두 달이 가까워온다. 고성에서는 임시이기는 하지만 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보호소가 운영되고 있다. 3명의 공무직이 2교대로 상주하며 보호소 내 관리를 담당한다. 두 달 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 보호동물 100여 마리 중 절반은 어린 동물 지난 29일 고성읍 덕선리의 유기동물보호소를 다시 찾았다. 보호소 동물들이 9월 10일 이사했으니 약 한 달 하고 보름만이다. 주차할 때까지는 조용했던 보호소 안이 철문이 열리자 일제히 시끄러워진다. 보호소에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 법한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자문을 구할 당시 한 수의사가 보호동물들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이 조언 이후 보호소에서는 보호동물들의 안정을 위해 클래식을 틀어주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동물들은 짖음도 덜하다. 보호소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100여 마리다. 그 중 절반 이상이 태어난 지 1개월을 갓 넘기거나 그보다 더 어린 강아지들이다. 미니종의 돼지도 두 마리 있다. 동물들은 함께 구조된 가족은 한 울타리의 견사를 쓴다. 엄마와 함께 구조된 강아지들이 젖을 뗄 때가 되면 분리해둔다. 관리번호가 적힌 목걸이도 하나씩 하고 있다. 견사 울타리에는 관리번호와 특징, 구조일자 등 보호동물의 정보가 적힌 관리카드가 걸려있다. 종종 품종견도 구조된다. 9월에 구조된 스피츠는 입양이 결정됐다가 취소된 기록까지 모두 관리카드에 적혀있다. 아쉽지만 바닥은 여전히 톱밥을 깔아두고 있다. 톱밥은 관리가 편리하다.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울타리 안에는 팔레트를 놓고, 바로 옆 견사의 동물들이 보이지 않도록 칸막이도 해뒀다. 톱밥이 그릇에 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그릇들은 바닥에서 일정 높이를 두고 울타리에 고정시켰다. 물은 수시로 갈고 보충한다. 임시격리실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갓 구조돼 적응이 필요한 동물들이 보호 중이다. 거리생활을 오래 한 동물들은 심장사상충이나 피부병, 안과질환이 흔하다. 동물들이 구조되면 위탁 수의사를 통해 기본 검진을 받은 후 입소한다. 입소와 동시에 관리번호가 생기고, 번호를 기록한 목걸이를 받는다. 사료는 전에 먹이던 하급 사료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영양성분도 더 나은 것으로 먹인다. 비구협 자원봉사자들은 수시로 고성을 찾아 동물들을 산책도 시키고 보호소 내의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한다. 입양 홍보도 비구협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구협은 SNS에 고성군보호소 계정을 만들어 보호동물들의 특징과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지금까지 약 10마리의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됐다.
# 새가족을 찾은 동물친구들, 그러나… 기자가 보호소를 찾은 날 이상민·박정선 씨 부부가 입양을 위해 보호소를 방문했다. 부산에서 어린 삼남매와 함께 고성으로 귀어한 이 부부는 지난해 11월 본지를 통해 소개된 인연이 있다. 이상민·박정선 씨는 지난 23일 고성읍 대평리에서 구조된 청삽살개 어미가 낳은 일곱둥이 중 한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전부터 유기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언론을 통해 고성군유기견보호소를 알게 됐다”면서 “품종보다 중요한 건 가족들이 얼마나 사랑을 주고 정성을 쏟느냐에 달린 거라 생각해 어릴 때는 아파트에서 키우다가 다 자라면 바닷가의 양식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편 이상민 씨가 담당자와 입양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내 박정선 씨는 입양을 결정한 아이에게서 눈을 못뗐다.
# 유기동물보호소 수용개체수 한계점 도달 두 달 조금 못되는 시간동안 입양간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매일 새로운 아이들이 포획돼 입소한다. 문제는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수용개체수가 지금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향후 공고기간이 지난 후 15일을 추가공고하고 그래도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락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락사를 최소화하는 보호소로 운영할 방침이나, 무한정 불어나는 개체수를 군과 비구협 쪽에서만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구조되는 개체들의 월령이 2개월 이하인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버려진 아이들도 많지만 이미 야생화된 어미견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다수다. 아주 어린 개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미처 배우지 못해 포획이 쉬운 편이다. 들개라고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가면 목걸이를 한 채 털이 누더기가 돼있거나 야생성이 강한 개체가 있다. 주인이 버렸거나 없어졌는데 찾지 않은 경우다. 고성군유기동물보호소가 알려지다 보니 근처에 두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두 달 전 임시보호소 이전 당시 개체수가 50~60마리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벌써 두 배 정도로 늘어났다. 개체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덕선리 주민들에게 마냥 이해만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들은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다같이 짖는다. 밤에 낯선 소리가 들리면 개들은 연쇄적으로 짖어대니 주민들의 민원도 들어온다. 임시시설이라는 것도 계속되면 변명이 된다.
# 군민들의 관심이 시급한 동물보호소 겨울은 지금 보호소에서 나기 위해 조만간 2개의 대형히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목욕을 시킬 수 있는 간이시설이라도 만들면 좋겠지만 내년에는 또 이사를 해야 하니 내부 시설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군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자원봉사단은 보호소 동물들의 관리와 함께 입양 등 교육, 현장방문을 통해 활동 방향을 정하고 체계적 지원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감시단을 모집해 보호소 운영에 투명성을 기할 계획이다. 군민들의 관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물을 위해 사람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호동물들을 산책시키고 보호소 내부를 청소하고, 낡은 이불 따위의 보온 용품만 조금씩 챙겨도 보호소 동물들의 생활이 조금 수월해진다.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의 입양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된다. 각자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보호동물들의 입양을 홍보한다면, 릴레이처럼 이 홍보를 공유한다면 보호소에서 최후를 맞는 동물들은 줄어들 수 있다. 동물은 귀여워서 키우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함께 살아야 한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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