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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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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조영래(시인, 디카시마니아회원)
단단히 조여 두었던 마음
가을이 깊어갈수록자꾸만 풀린다
느슨해진 긴장은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늘 다른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특별한 하루겠지”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현관문을 열고 출근한다. 늘 긴장하고 자신을 조여 맨 포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깊이 숨겨둔 채 현실을 직시하며 살고 있는 우리이지 않는가? 디카시<만추>에서 조영래시인은 “가을이 갈수록 자꾸만 풀린다”라고 말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풀림의 미학이 예술적 가치로 다가온다. 푸르렀던 잎들을 가진 여름활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낙엽의 아름다움으로 활짝 핀 꽃보다 더 예쁘게 비춰지는 것을 보면 늙어가는 것이 안쓰러움보다 익어가는 성숙으로 다가온다. 탁자에 박혀 버티던 못도 세월의 무게에 지쳐 녹슨 채 금방이라도 이가 빠지는 것처럼 헐렁해질 수도 있다. 박힌 못이 빠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그 ‘다 함’을 우리는 소임이라 말하지 않던가? 인연이 다 되면 지나가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이 가을 한편의 디카시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하는 것처럼 자꾸만 풀려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누구나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이 가을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제 그 하루가 아닌 매번 다르게 오는 하루를 우리들은 늘 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들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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