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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맹상군은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잘 활용하여 재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의 주변에는 다양한 재주를 가진 식객이 수천 명에 했다고 한다. 진나라 ‘소양왕’을 찾아갔을 때, 개가죽을 둘러쓴 좀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낸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또 탁월한 지략을 가졌던 책사 ‘풍훤’의 도움으로 제나라의 재상에 오르게 된다. 일러 계명구도(鷄鳴狗盜: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와, 교토삼굴(狡兎三窟: 슬기로운 토끼는 굴을 세 개 준비한다)이라는 고사성어를 남긴 사람이다. 맹상군이 재상으로서 특별한 능력을 보인 것은 없다. 그냥 주변에 사람을 잘 둔 덕분에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을 뿐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인재를 찾아내고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진나라를 찾아갔을 때는 수천 명의 식객 중에서 흉내를 잘 내는 사람과 좀도둑을 데리고 간 것은 위험이 닥쳤을 때 임기응변이 필요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식객 ‘풍훤’이 빚쟁이들에게 돈을 받아 오라는 자신의 명령을 어겼을 때도 화를 내지 않고 품은 것은 그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인재를 알아보고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지도자였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장에서 관우나 장비, 그리고 제갈량의 활약은 눈에 띄지만, 유비는 싸울 줄도 모를뿐더러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다. 그냥 왕족이라는 이유로 주군이 되었다. 그러나 뛰어난 장수들을 아우로 두고, 천재적인 지략가를 책사로 둘 수 있는 안목은 아무나 가진 것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의 마지막 승자도 아닌 유비가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을 모시던 측근들이 정책 실패에 책임을 지고 대거 물러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 취임 3년 동안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장관과 수석이 부지기수이다. 물론 선출직에 나가기 위해 떠난 사람도 있지만, 능력 부족이나 비리에 연루되어 하차한 사람도 많다. 그들은 대부분 대통령이 어려울 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다. 자신이 모시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만큼 임기를 끝낼 때까지 곁에서 도와야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설익은 정책을 고집하여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는 일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통령 곁에는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고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정국의 위기를 구할 풍훤과 같은 책사나 제갈량 같은 지략가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혼자 고도에 혈혈단신으로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풍훤이나 제갈량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둘쯤은 그런 사람이 있을 만도 하건만 지금 대통령 주변에 머무는 사람들은 도통 믿음이 가지 않는다. 처음 대통령을 모실 때는 충심이었는지는 몰라도, 완장을 차고부터는 이전에 우리가 알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변한 사람도 더러 있다. 대통령에게 가장 무서운 측근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그런 전례를 수없이 많이 보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을 비롯한 일부 측근의 무능력과 권력형 비리로 인해 대통령이 탄핵과 더불어 구속이 되는 일까지 생겼다. 측근의 비리는 ‘권력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결국에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돌아가기에, 국민의 염원으로 만들어져 ‘촛불 정권’이라 불리는 현 정권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기에 가끔 언론에 터져 나오는 측근들의 추락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근의 횡포는 중앙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정부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어난다.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이 다수 청와대로 들어가듯이, 단체장 선거에서 도움을 주었던 사람 중 일부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그들은 단체장과 임기를 같이 하며 단체장이 맡은 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도와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들 중에도 간혹 풍훤의 고사를 잊고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책사들이 있다는 점이다. 더하여 최순실처럼 단체장의 눈과 귀를 가려 파탄의 길로 함께 가는 책사도 있다. 우리 지역은 어떤가? 고성도 백두현 군수의 선거를 도왔던 측근 몇 명이 행정에 따라 들어가 군수의 활동을 돕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굵직하고 획기적인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군수의 능력도 있지만, 측근의 도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으로 임용한 사람들이니 누구보다 의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군수는 다시 한 번 주변 사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전하는 것은 아닌지, 누가 자신에게 올곧은 소리를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면 좋겠다. 타산지석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전의 역사와 중앙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행을 교훈으로 삼아 미리 조심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잔재주를 믿고 철학도 없는 책사가 주군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지도자 옆에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주군의 위상을 높이는 탁월한 책사들이 있다. 반면 어리석은 지도자 옆에는 주군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여 사람들의 원성을 사는 간사한 책사들이 있다. 그러기에 군수는 혹시 비리가 있거나 호가호위하는 측근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조직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허튼소리인지는 몰라도 간혹 일부 특정인이 행정을 전횡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물론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는 상대적인 이야기라서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시중에 흘러나온다는 게 문제이다. 책사들이 구설에 오르면 지도자도 상처를 입기 마련이기에 조심해야 할 일이고, 그럴 리가 없겠지만 행여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쳐야 한다. 얼마나 힘들게 얻은 자리인가? 군수 자신도 ‘달걀로 바위를 쳐서 얻은 자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보수의 아성이라는 고성에서 처음으로 진보 세력이 얻은 수장의 자리이다. 이는 백두현 군수 개인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고성 군민의 승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주민들은 젊고 열정적인 군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만에 하나 측근의 비리나 무능력으로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민선 7기 자치단체장 임기의 절반을 넘겼다. 백두현 군수는 대중 앞에서 자주 이런 말을 했다. “백두현 이전의 고성과 이후의 고성은 다르다”라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수도 그렇지만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고성의 새 역사를 쓰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