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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끝이 있지만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4일
ⓒ 고성신문
장마철에 접어든 지 한 달이 넘었다. 예년과 다르게 긴 우기(雨期)다. 예전의 장마는 이름만 장마지, 한 이틀 오다가 그치고 가끔 생각나면 다시 오는 마
른장마가 많아서 장마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장마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비가 자주 온다. 그것도 ‘하늘에 구멍이 났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각지에서 크고 작은 비 피해 소식이 들린다.
가끔 하느님의 능력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연중 내릴 강수량을 계절별로 나누어 고르게 내려주면 될 것을, 어떤 때는 모자라게, 어떤 때는 넘치게 뿌리는 것을 보면 계산 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하느님의 생각을 누가 알랴? 무엇인가 인간이 알 수 없는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감히 하느님에게 시시비비를 따질 수도 없어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 한마디로 하늘에 섭섭함을 표시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하늘을 탓할 것도 아니다. 마른장마도 그렇지만 물난리를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폭우 역시 인간이 만든 환경 오염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던가?
인간이 스스로 부른 재앙이 홍수뿐이랴? 예측과 조절이 불가능한 자연재해 모두가 인간이 만든 욕망의 업보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 재앙으로 불리는 코로나-19 사태는 더욱 그렇다. 인간의 잘못된 먹거리 문화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불렀다. 그리고 끝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우한에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해를 넘겨 9개월이 넘었는데도 2차, 3차 유행까지 진행되고 있다. 장마야 매년 찾아오는 것이라 미리 대비할 수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인간이 생전 처음 겪는 대재난이라 노하우도 없고 메뉴얼도 없다. 이전에 유행했던 콜레라나 천연두, 결핵, 페스트 등은 세계적인 유행병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지역에서만 퍼져 피해가 적었지만, 코로나는 지구촌 전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무증상 전염과 수시로 변이하는 형태는 인간과 바이러스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할 수 없게 한다.
과연 끝은 있을까? 이 고난의 시기가 끝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백신과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지만 약이 나온다고 끝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 코로나는 인류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전염을 막기 위해 국경이 봉쇄되고, 세계 경제가 마비되며, 올림픽대회가 생긴 이래 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으로 인해 연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추한 인간의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는 것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이름으로 국경의 문을 닫는 국가 간의 폐쇄성을 보았고, 나라 안에서도 전염병이 유행한 지역민과의 접촉을 꺼리는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 팬데믹에 대처하는 인간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 이기주의에 젖은 일부 감염자의 거짓과 일탈을 보았다. 재난 기금을 줘도 문제고, 주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심각한 갈등의 사회를 보았다.
고성도 혼란과 이기심의 바람을 피하지를 못했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새벽부터 약국 앞에서 줄을 서고, 먼저 받으려고 싸우고, 감염자나 일부 종교인들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무원들은 무슨 죄가 그렇게 많은지 주민들의 투정과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마스크를 쓰면 썼다고, 벗으면 벗었다고 눈치를 받았다. 바이러스와 싸우기도 바쁜 터에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행정의 발목을 잡는 일부 주민들의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한 번 금이 간 인간관계의 회복은 어렵다. 나부터 살겠다고 아귀다툼하는 모습들이 상황이 끝난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제 그런 못난 모습은 억지로라도 잊고 지금이라도 함께 살아갈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악순환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인간 사회의 순기능을 회복해야만 한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이제 이력이 나서 그런지, 아니면 고성은 청정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있어 그런지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 감염병 유행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요란을 떨더니 요즘은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문득 옛 얘기 하나가 떠오른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강을 건널 때 등에 돌덩이를 진다고 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돌을 지고 건너는 사람은 강에 다리를 놓아주지 않은 나라를 원망하지 않았다. 비를 많이 내린 하늘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장마도 그렇고 질병도 그렇다. 지금은 국가나 이웃을 탓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모두가 반성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다들 등에 돌덩이를 하나씩 지고 다니면 어떨까? 무겁고 귀찮겠지만 철저한 방역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장마가 곧 끝난다고 한다. 장마와 함께 세계적인 재앙도 함께 끝나기를 빌어본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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