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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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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김종인(중국)
당신을 마주할 때마다 허리를 굽힙니다
나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
군데군데 흔적들은 헌신적인 그대 모습
고마운 마음을 드려 허리를 굽혀봅니다
사물과의 대화에서
우리들의 일상에서 신발이 하는 역할을 굳이 생각해보면 24시간 중 절반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디카시를 통해 알 수 있다. 디카시 <헌신>에서 ‘고마운 마음을 드려 허리를 굽혀본다’는 부분에서 신발에 대한 우리들의 무심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운동화를 신을 때 자세를 낮추어 끈을 매는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본인도 모르는 사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신발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닳아 헤진 운동화의 모습에 시인이 경의를 표하는 것을 그대로 시에다 옮겨놓은 것이 신선하다. 이번 디카시에는 사물을 통해 세계를 보는 방법으로 독자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직관적인 관찰력의 힘은 사물의 겉이 아니라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묘사로 나타낸 좋은 시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마음을 통해 움직이는 정직한 발에 대한 고마움도 마찬가지이다. 갈라진 뒤꿈치의 흔적은 잘 모르는 것처럼 헌신운동화에 대한 공여도를 우리는 잊고 살고 있지 않는가? 등잔 밑이 어두워 내 눈앞에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한번쯤 내 주위를 돌아보면서 작은 사물일지라도 고마움을 말로 또는 글로 표현해주는 센스가 있다면 아무리 무생물적인 사물이지만 다시 되살아나는 기운에 우리의 일상도 풍성해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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