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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리로 산다는 것 “꽃은 향기로워도”

극단 타이헨 대표 김만리 신간
재일조선인, 예인이자 장애인으로 사는 인생
독립운동가 황웅도 선생과 묘한 인연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17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보라색 레오타드를 입은 여자는 조명 가운데 주저앉아 있다. 뭔가 생경하다. 그의 몸은 곧지가 않다. 중증뇌병변장애인 김만리, 그는 극단 타이헨의 대표다. 그는 재일조선인이자 중증장애인이고, 인권운동가이며 연극 연출가에 배우다. 김만리의 인생여정이 담긴 책 ‘김만리로 산다는 것-꽃은 향기로워도’가 세상에 나왔다.
어린 김만리는 무용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어머니 김홍주 선생은 한국고전무용의 명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피리의 명인이었고, 동편제의 마지막 명창이자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도 이름이 등장하는 김록주 선생은 그의 이모다.
김만리와 고성은 묘한 인연으로 얽혀있다. 고성사람들에게 ‘황곰도’로 불렸던 독립운동가 황웅도 선생은 고성일심회를 조직하고 조선 각지의 일본인들을 자갈 취급하며 제거하고자 하다가 일본에 피체됐다. 김홍주 선생은 황웅도 선생의 후처였다. 황웅도 선생이 독립운동으로 투옥됐다 석방된 후 자칫하면 집안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던가 보다. 어쩔 수 없이 황웅도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갔고 김홍주 선생과 함께 극단을 만들어 일본 전역에서 공연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반역자였고,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황웅도 선생 사후 김홍주 선생은 한 남자를 만났고 김만리를 낳았다. 김홍주 선생은 어린 만리에게 황웅도 선생에 대해, 조선인이라는 자긍심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삶은 매순간 전쟁이다. 김만리에게는 그랬다. 세 살에 소아마비가 와서 허리를 곧추세우는 일조차 버거워졌다. 한겨울 한기에도 손에 힘이 없어 입으로 이불을 물어 잡아당겨야 했고, 목을 맨들 힘이 없겠다 싶어 스스로 죽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날 때부터 춤을 췄고, 숨쉬는 것처럼 예술을 깨쳤다.
‘꽃은 향기로워도’에서는 그런 김만리의 인생이 담겨있다. 어머니의 이야기와 태어나서 성장하며 겪은 수많은 이야기,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스스로 움직이기 버거워 통신고등학교에서 공부한 학창시절과 인권운동을 하면서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 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타이헨을 창단하고 공연하는 이야기, 아들 리마를 갖고 낳으며 성장하는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편 김만리는 황웅도 선생의 독립운동 훈장 추서를 위해 노력한 황경윤 전 고성문화원장과 인연을 이어가며 2011년에는 의붓아버지인 황웅도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황웅도 잠복기’를 고성의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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