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코로나19 이겨요] 누구나 즐기는 가볍고 쉬운 스포츠, 게이트볼 함께 해요
특별한 장비나 기술 없어도 즐기는 운동
고령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이트볼
8개 분회 회원 73명,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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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게이트볼협회 회원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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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옥 고성군게이트볼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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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답지 않게 쨍한 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 문화체육센터 입구쯤부터 깡깡 뭔가 치는 듯한 경쾌한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간간이 옳지, 그렇지 하는 목소리들도 들려온다. 소리의 출발지는 고성군게이트볼장. 더위도 아랑곳없이 20여 명의 어르신들은 게이트볼 삼매경이다. “근력이 약해지는 노년층에게 게이트볼만큼 좋은 운동이 있나요. 많은 힘이나 화려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그저 공을 쳐서 게이트를 통과하면 되는 단순한 운동이에요. 경기 규칙을 깨치기도 쉬워서 노인뿐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고성군게이트볼협회 김원옥 회장은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친다. 건강비결은 다름 아닌 ‘게이트볼’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주변을 둘러보니 머리가 희끗하거나, 허리가 굽어있다. 세월의 흐름이 보이는 얼굴들인데 표정만큼은 청년이다. 손목에는 시계인 듯 계산기인 듯한 것들이 달려있다. 점수를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득점기다. 게이트볼장 한 쪽에서는 연신 다음 순서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스틱은 꼭 골프채처럼 생겼다. 좌우 어느 쪽 손을 우선으로 들어도 치는 데는 문제 없도록 스틱 양쪽 끝 모두 납작한 망치 모양이다. 코트에 들어선 선수는 무릎을 살짝 굽혀 몸을 낮추고 스틱으로 당구공만한 크기의 공을 번호순으로 친다. 굴러간 공은 1번부터 3번까지의 게이트를 순서대로 통과해 경기장 가운데의 폴을 맞히면 점수가 올라간다. 모두 10개의 공 중 홀수는 빨간색, 짝수는 흰색이다. 공의 번호도 한 눈에 보이도록 큼지막하게 쓰여 있으니 헷갈릴 일이 없다. 게이트볼은 많은 장비가 필요 없다. 스틱과 공만 있다면 게이트를 세우지 않고 바닥에 표시만 해도 충분히 경기가 가능하다. 득점기는 필요하면 쓰고, 점수계산이 힘들지 않다면 없어도 상관없다. 게이트볼 전용 신발도 있지만 코트를 뛰어다닐 필요가 전혀 없으니 발이 편한 어떤 신발이든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이트볼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200년대 프랑스 남부에서는 농민들이 여가시간에 간단한 경기를 즐겼다. 굽은 막대기로 공을 치는 이 경기는 영국으로 가서 ‘크로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후 오랜 시간동안 누구나 쉽게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인 스즈키 가즈노부는 크로케에서 힌트를 얻어 공이 경기장 내 작은 문을 통과해 득점하는 방식의 경기를 고안했다. 문을 뜻하는 영어단어 게이트(gate)에 공을 뜻하는 볼(ball)을 합친 아주 정직한 이름의 스포츠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영어단어들을 그대로 한자로 바꾼 ‘門球(문구)’라고 한다. 게이트볼은 일본은 물론 미국과 브라질, 대만, 동남아시아와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초, 경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에 의해 알려졌다. 공식적인 첫 경기는 1982년 경주의 한 호텔 잔디구장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공식 첫 경기 2년 후 한국에도 대한민국게이트볼연맹이 창립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로 국내에 급속히 알려진 게이트볼은 30여 년이 흐른 지금, 노년층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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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나오면 회원들끼리 안부도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어요. 다른 운동처럼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역동적이거나 힘든 것도 아니니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운동이지요. 그렇다고 운동량이 영 없지도 않아요. 순발력이 필요하고, 볼을 치기 위해 허리와 무릎, 팔다리를 쓰니 운동이 꽤 됩니다. 거기다 볼을 치기 전과 후 점수계산까지 해야 하니 치매예방에 운동친구들을 만나니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고성군게이트볼연합회의 평균연령은 80세 정도다. 게이트볼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70세 이상이고, 86~88세 정도의 회원들이 많다. 경기를 치르려면 한 팀에 5명, 후보까지 6명이 있어야 한다. 평소에도 늘 10여 명은 경기장에 나와 볼을 치면서 시간을 즐긴다. 게이트볼협회는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연습 겸 게임을 즐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고성에 확진자가 나온 1월 이후에는 게이트볼장도 잠시 문을 닫았다. 근 3개월을 공을 치지 못하던 회원들은 운동시설 재개방 소식이 들리자마자 게이트볼장을 찾아 안부를 묻고 운동을 시작했다. 게이트볼장 입구에서부터 발열체크는 물론 손소독에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적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혈압만 조금 높아도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다. 요즘은 아침마다 방역도 하고 있다. 경기 중에도 조금 불편하고 귀찮지만 마스크는 꼭 착용한다. 고령자가 많은 협회 특성상 스스로도 조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면역력이 좋으면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다면서요. 그러면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해야죠.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심호흡하면서 심폐기능도 좋아질 테고, 평소 잘 안 쓰던 근육도 쓰니까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이만한 운동이 없어요. 코로나19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우린 건강하답니다.” 생활체육에 비용을 투자하면 병원비를 비롯해 사회적 비용이 경감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다보면 노인들의 주 지출이자 가장 큰 부담인 의료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고성게이트볼협회에는 현재 모두 73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 공무원이나 교사, 사업가 출신들도 많고 다른 생활체육단체와는 달리 여성회원들도 많다. 서부·삼락·지장·영오·거류·개천·영현·농빛까지 모두 8개 분회가 조직돼있다. 5년 전만 해도 1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고령자들이 빠져나가고 수가 조금 줄었다. 그래도 경남도대회에 출전하면 못해도 늘 2~3위는 하는 실력자들이다. 얼마 전 의령에서 열린 올해 첫 대회 지체장애인부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연간 12번의 도 경기가 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올해 들어 못해도 일곱 번은 경기를 치렀을 텐데 회원들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갈 때면 드는 비용문제다. 10명 이상이 한 번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노년층이다 보니 기동력이 없다. 관광버스를 대절하려면 한 번에 50만 원 이상이 들어가고, 오가며 드는 식비도 부담이 된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군에서 버스를 내줘 고성군청 버스로 편히 다녀왔다. 노인복지 차원에서 군이 차량 정도만 지원해줘도 대회 참여 부담이 줄어들 것 같은데, 싶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가벼운 운동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게이트볼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도 않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에요. 회원들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경기를 치를 수 없으니 소통하게 되지요. 점수계산을 하다 보면 머리가 회전이 되니 치매예방도 돼요. 고성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잖아요. 안심하고 게이트볼장에서 함께 운동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낼 힘을 기르면 좋겠습니다.”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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