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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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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박순원 시인
내가 죽어서 지옥가서
온갖 형벌에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가시덤불 위에서 잠시 쉴 때
꼭 다시 한 번 먹어 보고 싶을 것이다.
* 박순원 시인 : 충북 청주 출생, 『서정시학』 등단
* 디카시 계간지 2020년 봄호, 수록작품
추억 속에 머물고 있는 밑그림
국수는 밀가루 음식이라 배척 받았던 한때의 설움이 담긴 음식이다. 쌀을 사지 못했던 궁핍한 시절에 밀가루로 만든 값싼 서민의 음식이었다. 수제비를 비롯한 국수, 칼국수는 배고픔을 달래는 주식으로 우리들 밥상을 지켰다.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 아닌 밥맛이 없을 때 먹는 기호식품이 된 국수는 밥을 밀어내고 각양각색의 고명을 얹어 품위 있는 음식으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애용하는 특식이다. 박순원의 <국수> 디카시에서는 본인이 죽어서라도 잊지 못하는 국수를 말하고 있다. “죽어서 온갖 형벌에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이 국수는 대체 어떤 음식일까? 평소에 즐겨먹었던 음식으로 아주 특별한 어머니표 국수가 아닐까 싶다. 예쁘게 차려진 밥상이 아닌 중간에 먹는 새참으로 한여름에 시원하게 말아주시던 국수였을 것이다. 비빔국수, 열무국수, 콩국수, 잔치국수, 멸치국수, 옆에 붙여진 수많은 국수들이 있지만 아들의 입맛에 딱 맞는 어머니 솜씨가 곁들여진 잔치국수는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맛일 것 같은 공감이 간다. 가슴 깊숙이 박혀있는 국수 한 그릇, 따뜻한 정서가 멍울거리는 시 한편이 정겹다. 음식에서 오는 추억은 그 사람의 생애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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