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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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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
조향옥
(진주문협이사, 글향문학회회원)
가장 슬픈 색
봄이 올 때마다 죽어갔다
다시,
그리운 슬픔
기다리는 그리움
꽁꽁 언 땅을 두드리며 목을 내미는 새싹이 연두빛이다. 어린 싹은 세상의 들판을 향해 안아달라고 팔을 벌린다. 사람들은 창문을 열 듯 마음의 창을 열고 연두의 들판에서 올해의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경칩과 곡우를 기다리는 봄 마중을 시작해본다. 조향옥 디카시에는 연두빛을 “가장 슬픈 색/ 봄이 올 때마다 죽어갔지만/ 다시/ 기다리는 슬픔”이라고 한다. 역설적인 반문이다. 얼마나 기다린 연두의 빛인가? 봄이 올 때마다 죽어간 것이 아니라 죽은 척 하고 땅 밑에서 싹을 올린 어린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이다. 다시, 그리운 슬픔은 볼 때마다 환호가 깃든 환희다. 생은 탄생에서 성장으로 그리고 다시 사로 돌아가는 윤회이지만 연두는 생의 첫걸음의 탄생을 의미한다. 갇혀 있었던 겨울의 땅 문을 두드리는 소리이고 답답한 마음을 여는 소리다. 연두는 짙은 초록으로 누렇게 뜨는 낙엽이 되는 길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이제는 연두가 피울 꽃이란 이름으로 세상가득 꽃향기가 풍성할 봄의 길목을 당당하게 지나는 일만이 남아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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