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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욕심을 내려놓으면 부처님의 자비가 가까워집니다”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
코로나19도 강인한 마음 모으면 극복할 수 있어
정화하고 고민하고 반성하고 참회하면 자비가 우리 곁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25일
ⓒ 고성신문
전날 내린 비에 때죽나무 꽃잎이 조붓한 길섶에 하얗게 내려앉았다. 절집은 꼭꼭 숨어있다.
고려 말, 이성계는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삼남도를 찾았다. 이성계는
이 꼭꼭 숨은 절집, 계승사에서 조선 건국의 꿈을 키웠다. 후에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계승사가 있는 산의 이름을 금태산(金太山)으로 바꿨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도 금태산의 절집은 고즈넉한 멋과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머물고 있다.
“전세계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를 만나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경제도 종교도 모두가 위축돼있지요.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생로병사 긴 인생길을 놓고 보면 버티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어려움이 없기만을 바라지 말고 극복하고자 하는 강인한 마음을 모아야합니다.”
영현면 금태산 계승사 주지 동산당 상원 스님은 벌어진 일에만 하소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힘은 특별한 어딘가에서 찾거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자세에 있다.
“보왕삼매론에서는 염신불구무병 신무병즉탐욕역생(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易生)이라 했습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는 뜻이지요. 지금 닥친 코로나19는 거대한 재앙이지만 이 또한 탐욕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일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은 양력 4월 30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교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한 달을 미뤄 윤달 사월 초파일인 이번달 30일 봉축법요식을 봉행한다. 이 또한 상원 스님의 해석은 무릎을 치게 한다.
불자들이 참여하는 법회만 없을 뿐 스님들은 제 날짜에 한 번 기도했고, 윤달 사월 초파일에 불자들과 절집에서 다함께 또 한 번 기도를 드린다. 한 번의 기도로 안 될 것을 부처님이 어찌 아시고 이 난관을 헤치는 힘을 두 배로 주시려 기도를 두 번 하게 했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불만은 좋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누가 어디서 화살을 쐈는지에 먼저 관심을 두면 화살을 맞은 이의 생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장 사람부터 살리고 난 후에 화살을 쏜 사람을 찾아야지요. 우리 삶도, 지금 우리가 닥친 이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복하고 대처하려 합심한다면 반드시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상황에 맞춰 다시 이야기해 국가의 정책이 맞니 안 맞니 따지고 싸울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먼저 구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 흐르는 상황에 맞춰 대처하면 될 일이다.
상원 스님은 민화(民畫)를 그리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속세와는 먼 산기슭 절집에서 하는 참선 수행만이 참된 수행이 아니라 만물의 삶 모두가 수행이다. 스님은 붓 끝에 삼라만상을 모두 담는 셈이다.
“길흉화복이 반복되는 인간의 삶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이 종교인으로 사는 자의 역할이고 자비입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삶,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법문을 대신해 그림에 그 힘을 싣는 겁니다. 그림은 저의 기도이자 수행이고 삶이지요.”
상원 스님은 어린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적녹색약임을 알게 됐다. 일상생활이야 불편할 것이 없었지만 복잡한 배열 속에서는 정확히 색을 구분해내기 쉽지 않으니 미술가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꿈이 꺾였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 다니던 중 출가했다.
스님이 된 후에도 붓을 놓을 수는 없었다. 계승사 법당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스님을 지켜보던 불자가 함께 민화를 그려보지 않겠냐 했다. 마음 속에 접어둔 불꽃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자수정 곽경희 작가에게 전통민화를 배웠다.
“복을 구하고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며 벽사의 의미를 담는 민화는 길상화입니다. 생각해보면 사부대중의 삶을 위해 스님이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산신탱화, 사찰의 벽화들도 민화이니 불교와 민화는 맞닿아 있습니다.”
초의선사는 선다일여(禪茶一如)라고 했다. 차 마시는 일 또한 참선수행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수행자들에게는 좌선할 때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이 수행이다. 화두를 방편으로 삼느냐 염불을 방편으로 삼느냐의 차이다. 상원 스님에게는 그림이 일상이자 수행이다. 선화일여(禪畵一如)다.
“다들 돈을 벌고자 합니다. 돈이 없는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돈 있게 살면 됩니다. 수천 억을 갖고도 부족해 욕심을 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단돈 100원이라도 가진 것이 있음을 감사하는 이도 있습니다. 복은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이 오도록 살면 되는 겁니다. 아무리 부처님이라도 기도만 한다고 복을 주지 않아요. 절집은 정화하고 고민하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곳입니다. 숱한 번뇌와 욕심을 내려놓고 나누고자 한다면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꽃피는 세상을 만날 것입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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