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씨앗도 뿌리기 전 도회의원 선거를 아십니까?
1933년 첫 도회의원 선거 현장
일본순사 배석한 근엄한 풍경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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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3년 5월 10일 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첫 도회의원 선거장 모습. 당시는 관선 도지사가 도회의원 3분의 1을 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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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저마다 지역의 일꾼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탄생했다. 민주주의의 기본 중에 기본은 참정권 아닌가.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한 표 행사하는 축제를 무사히 치른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이 땅에 영원히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 민주주의와는 천리 만리 먼 일제강점기에도 선거는 있었다. 1933년 4월, 조선땅에 도제가 시행되고, 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당시까지 유지되던 도 평의회가 폐지된 후 요즘으로 치면 도의회 격의 의결기관인 도회(道會)가 설치됐다. 도회가 설치되고 한 달 후 도회의원 선거였다. 1933년 5월 10일, 고성면사무소에 첫 도회의원 선거장이 마련됐다. 지금의 고성읍행정복지센터다. 근엄한 표정의 일본순사까지 자리잡았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도지사는 여전히 관선이었다. 지금처럼 도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도 아니었다. 도회의원 3분의 1은 도지사가 임명했고 나머지만 선출했다. 지금처럼 시끌벅적 요란한 선거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비난하고 비난받는 네거티브 선거도 없었다. 민주주의가 뿌리는커녕 씨앗도 뿌리기 전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자치단체지, 도회의원은 읍회, 면협의회 의원들의 간접선거로 선출하니 관선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1945년 8월, 이 땅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해방 3년 후인 1948년, 대한민국의 출발과 함께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진짜 민주주의는 4.19 의거와 5.18 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거치면서 1980년대 후반 들어서야 싹틀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목숨, 한과 눈물을 쏟아낸 대가였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올해는 선거전이라 할 것도 없었다. 시장을 찾아 혹은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며 눈도장 찍는 후보들이 없었다. 간간이 들리는 선거송도 전처럼 시끄러워 머리가 울릴 정도도 아니었다. 투표소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만18세 교복 입은 유권자가 생애 첫 한 표를 행사했다. 마스크와 비닐장갑이 동원됐고,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져 줄을 섰다. 투표 열기는 68.1%로 어느 때보다 높았다. 참일꾼을 뽑고자 하는 열망이 그만큼 뜨거웠다. 1930년대나 2020년도나 제대로 된 나라와 지역을 걱정하는 마음 하나는 똑같지 않을까. |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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