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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고 이혜령 학생(사진 왼쪽)과 고성중앙고 이현정 학생이 생애 첫 선거에 참여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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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18세들이 생애 첫 선거를 치렀다.지난해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만18세로 확대됐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및 고성군의회의원재선거(고성군다거구)에는 470여 명의 만18세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 중 고3 재학생은 140여 명이다. 고성고등학교 이혜령 학생과 고성중앙고등학교 이현정 학생도 교복입은 유권자 중 한 명이다.
“선거일 아침부터 괜히 설렜어요. 부당한 편견으로 인해 가로 막혔던 만 18세 선거권의 벽이 한 차례 무너진 것 같아 뿌듯했어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만 허용되었던 나의 결정과 책임이 지역과 국가로 확대되었으니 당연 들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첫 선거는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에요.”
“만18세가 되면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고 입대하거나 공무원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는데 딱 하나, 선거권만 인정되지 않았잖아요. 이제 청소년도 성인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됐어요. 세대별로 폭넓은 사고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다 보면 더 좋은, 더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만18세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선거권이 생기면서 선거는 어떻게 치르는지, 왜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도 몇 번이나 들었다. 선거의 4원칙은 너무 들어서 누가 툭 치기만 해도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다.“지금까지 총선 후보자들의 공약 중에는 교육이나 입시와 관련된 공약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교육을 받는 대상자인 학생들에게는 왜 투표권이 없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이번 선거부터 투표권이 생겨 친구들 사이에서도 다른 어느 때보다 선거에 관심이 높았어요.”
“사실 그동안은 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어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손으로 뽑아야 하니 후보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가며 공부했어요. 아쉬운 건 10대에게도 선거권이 생겼는데 실제로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공약이 없었다는 점이에요.”선거권을 갖게 되면서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과도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미있는 첫 선거에 ‘미성숙한 존재’로 참여하고 싶지 않아 수많은 공약들을 놓고 공부도 많이 했다.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을 읽고 선거 운동 과정을 지켜보며 ‘진심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하는 물음을 계속 던졌어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해줄 사람, 그리고 우리나라의 온전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정당을 선택했습니다.”“어른들이 보기에 만18세라고 해봐야 말 안 듣고 철없는 요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어린 저희 눈에도 옳고 그름,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할 방법 같은 건 보여요. 앞으로 가장 오래 선거권을 행사할 사람들이기도 하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야 해요.”혜령이와 현정이는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다. 교육 정책은 물론 사회적 문제에도 막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니 생애 첫 선거는 더욱 특별하다. 그동안은 입시에만 몰두했지만 투표를 앞두고부터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많은 후보자 중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 싶은 한 명을 고르는 일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우리가 주인이 될 미래에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봤어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단추인 선거권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거는 생각보다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선거에 참여한다는 게 단순히 한 표 행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고 내 의사에 책임진다는 거잖아요. 공약을 찾아보고, 왜 이 공약을 내세운 건지 생각해보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넓고 깊어지더라고요. 단지 책에서만 보는 단어일 뿐이었던 참정권의 의미와 책임,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어요.”만18세는 갓 성인이 돼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있거나 입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사회적인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는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면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의 의견 또한 들어야 한다.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첫 단계이자 가장 소중한 단계가 ‘선거’다.“지금도 불편함 없이, 충분히 좋은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분들께 바라는 게 있다면 국민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관심 가지고 귀 기울여 주는 거예요. 선거 때만 귀를 열 게 아니라 늘 국민들에게 귀와 마음을 열어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의 현수막에는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웠어요. 이런 모습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정치 혐오를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깨어있는 시민들과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하는 나라를 꿈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