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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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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
백순금(고성 글향문학회 회장)
4대가 함께 모였다
어리광 부리는 손자 웃음
운흥사 장독간을 넘는다
보고 싶은 사람들은 늘 멀리 있다
우리 곁에서 정겹게 밥상의 밑그림이 되었던 장독대는 대문 옆 한쪽 귀퉁이에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독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신성시 했던 곳으로 새벽이면 어머니의 비손과 함께 정화수가 떠 있던 곳 또한 장독대였다. 크고 작은 몸짓의 항아리들은 한두 개 모습이 아닌 대가족처럼 모여 있는 것이 마치 한국적인 가족사를 대변하는 것 같다. 4대가 함께 모여 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도시화로 생활패턴이 바뀌고 대가족에서 핵가족의 형태로 사람들의 삶 자체가 달라졌다.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날마다 바라보는 즐거움 따위는 이제 과거의 한 장면으로 떠올리는 추억이 되어버렸고 자식들은 학교와 직장일로 각 지역으로 흩어져 살면서 일 년에 두서너 번의 명절행사를 빌미로 볼 수밖에 없다. 과학의 발달로 첨단기술이 내장된 스마트폰 시대에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손자들의 재롱을 실시간으로 동영상 촬영하여 보내오는 메시지가 그나마 부모님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은 애써 말씀을 줄인다. 혹, 짐이 될까봐 하는 염려를 두고 “보고 싶다” 한 번 다녀가라고 하는 말씀을 가슴 깊숙이 숨겨두고 다른 말로 승화시켜 “밥은 먹었니?”, “반찬 보낼까.........”라고 백순금 시인은 디카시 「대가족」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를 보면서 자신의 유년시절과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오버랩되어 어리광 부리는 손자웃음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전해진다. 오래된 이끼와 자연스럽게 생겨난 덩굴식물들이 장독간의 운치를 더하듯 가족 간에도 함께한 시간이 있어야 정이 흐르는 법이라 생각한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오늘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전화안부로 그간의 그리움을 달래보는 것이 어떨까? *백순금 시인
전) 고성문인협회회장, 시집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배꼽이 있다」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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