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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현면 추계리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 달리다 좌회전.
5분 남짓 골짜기로 더 들어가니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 나타난다.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을 배출한 금능(金陵)마을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쇳등(쇳띠)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옛날에 마을 주변에 철광산이 있었기에 유래된 이름이다.
임진왜란 전부터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20여 가구에서 40여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 가진 건 없어도 마음은 따뜻해!
“이 마을은 엄씨가 들어와 살면서 만들어졌어. 많을 때는 엄씨만 다섯 가구였는데, 이제 우리 집만 남았지.”
엄홍길 산악인의 5촌 아저씨라는 엄윤상(73)씨의 설명이다.
금능 마을 주민은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 대개 그러하듯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많다.
쉰 살 아래로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노령화된 마을이다.
하지만, 이제 생후 14개월 남짓한 아기도 있다. 아장아장 골목길을 엄마 손을 잡고 노닐면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10여 명의 주민들이 뜨뜻한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혹은 다소곳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뭐 먹고 살긴. 나락농사 지어먹고 살지.”
대부분 주민이 벼농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데,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가 대부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금능 마을은 골짜기도 많다.
안골, 뒷골, 피밭골, 도롱골 등 이름만 들어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만큼 농사지을 땅은 부족하다.
한두 마리씩 소를 키우고, 가을이면 뒷산에서 밤을 주워 살림에 보태기도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젊은이들은 다들 도회지로 나갔고,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어른들이 예부터 물려 내려온 농지를 지키고 있다.
“마을 앞 개울이 너무 좁아. 비만 오면 수해를 입어요. 몇 년 전에 소하천 정비 사업이라고 군에서 손을 봤는데, 폭은 그대로여서 별 소용이 없더라고.”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시내는 그 자리에서 떠 마셔도 좋을 것 같은데, 비가 많은 계절엔 불안감의 대상이 된다.
수해로 애써 키운 얼마 되지도 않는 논이 물에 잠길 때면 주민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어 안타깝다.
▲ “모두가 한 가족이지!”
“이걸로 식혜를 만들면 시장에서 사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
맥주보리에 싹을 틔워 말린 질금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질금이며 빨간 고추를 널어놓은 집의 황선(69) 할머니는 마을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취재하는 기자에게 따뜻한 커피를 끓여 내놓았다.
돌담장 너머 빨래를 널고 있는 마을 최고령자 문복인(86) 할머니의 모습도 더없이 친근하다.
처음 가 본 곳, 낯선 마을임에도 따뜻한 마을 어른들의 환대와 자연스런 미소에 어느 샌지 아늑함이 느껴져 왔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먼 곳엘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이런 느낌일까?
“풍족하진 않지만, 이웃들 모두 한 가족처럼 살고 있어. 이만하면 살기 괜찮은 거 아니겠소?”
백삼용 이장의 은근한 자랑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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