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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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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교육학자 폴 렝그랑(Paul Lengrand)은 1965년 유네스코 성인교육추진위원회에서 “평생교육은 한 개인이 태어나서 죽 전까지의 전 기간에 걸쳐 가정과 학교를 포함한 모든 생활공간에서의 형식적·비형식적·무형식적 교육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평생교육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다.이미 독일과 영국, 미국, 덴마크, 일본 등에서는 평생교육을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삼고 있다. 유네스코와 OECD(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도 평생교육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지역에 기반 두고 일과 학습 병행하는 평생학습
미국은 9억8천315만1천㏊의 방대한 땅에 3억3천만 명의 인구, 세계의 경제와 평화를 쥐락펴락하는 최강대국이다. 미국의 GDP는 19조3천906억400만 달러로 부동의 세계 1위다. 그러나 미국 역시 고령화의 습격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미국 센서스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전국 평균연령 조사에서 2010년 37.2세였던 중간연령이 2018년은 38.2세로 높아졌다. 미국 역시 출생아동은 줄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65세 이상의 시니어 인구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고,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다.백악관이 2015년 발표한 미국의 시니어 인구는 1960년 전체 인구의 9%였다. 그러나 시니어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24%, 약 1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도 8천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는 미국 역시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매일 1만 명 이상이 65세 생일을 맞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령화 진행이 앞으로 20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최근 몇 년 사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재취업과 자기계발, 학습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형태 또한 다양화하고 있다.미국의 평생교육제도 중 가장 일반화된 것은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2년제 교육과정으로, 학점제를 도입해 진학할 수 있다는 점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한 ‘거쳐가는 교육기관’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지역에 기반을 둔 평생학습기관’이자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학습기관’이다. 직업 교육은 물론 문화와 예술, 경제, 기술 등 무엇이든 배울 수 있고, 역량에 따라서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문턱 없는 학교인 셈이다.커뮤니티 칼리지는 주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이어 학생들의 학비와 지역기금이 중요한 재원이기도 하다. 공적 자금이 재정자원의 상당액인 공립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는 교육위원회를 운영하며 자금의 흐름과 쓰임을 관리한다. 학생들은 학생회를 조직해 운영하면서 학교 측과 재정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담당자를 통해 예산분배에 대해 논의한다. 학생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여러 차례 의사결정을 거쳐 총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일부에서는 예산 운영을 위한 부서를 설치해 운영하되 이 과정에서 학생자치단체가 참여하게 한다. 운영 예산안은 모든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역과 교직원, 학생 모두가 커뮤니티 칼리지의 운영 주체다.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학능력시험(College Placement Test·CPT)을 치른다.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이수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시험을 볼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시험 후에는 어드바이저(Advisor·조언자)를 통해 전공을 선택하고, 수강신청한다.커뮤니티 칼리지는 진입 장벽이 낮다. 입학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이다. 만약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ABE(Adult Basic Education) 또는 GED(General Educational Development) 과정으로 읽기, 쓰기,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배우고,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에 해당하는 GED 시험을 볼 수 있다.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들이 재취업이나 직업교육, 학업을 위해 다시 찾는 곳도 커뮤니티 칼리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4년제 종합대학 진학을 위한 학점이수과정도 있다. 공적 재정으로 운영되는만큼 학비가 저렴하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 칼리지를 통해 2년간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일도 많다. 평생교육원이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는 들을 수 없는 학술적 강의를 듣기에 커뮤니티 칼리지만큼 접근이 쉬운 곳도 없다.커뮤니티 칼리지는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과 학교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해당 기업에 입사할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프로그램은 2년제 학위과정(Associate degree)과 1년제 자격증(Certificate) 과정으로 나뉜다. 직업 프로그램 과정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원하는 시간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생업을 중단하지 않고도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주말에도 수강이 가능하다.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아와이스 모하메드(Awais Mohammed) 씨도 이 교육과정을 통해 새로운 취업의 기회를 얻었다.모하메드 씨는 버지니아 주 비엔나에 있는 영리대학 아이 글로벌 대학(I Global University)에서 IT 분야 엔지니어 과정을 거쳤다. 2008년에 설립된 아이 글로벌 대학은 커리어스쿨 및 칼리지 인증위원회(ACCSC) 의 인증을 받은 커뮤니티 칼리지로,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재학 중이다.아와이스 모하메드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던 중 다른 분야의 공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종합대학에서 공부하려면 학비는 둘째치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강의 시간 선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커뮤니티 칼리지를 택했다”고 말했다.모하메드 씨는 “전공을 바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비는 종합대학의 60~70% 수준인데도 커리큘럼과 수준은 결코 뒤처지지 않아 아주 만족스러웠다”면서 “졸업 후에 현재의 분야에 취업해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커뮤니티 칼리지는 직업교육과 학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창업 희망자를 위한 교육은 물론 댄스, 요가, 기타연주 등 취미 과정도 개설돼있다.한국과 확연히 다른 점은 기타를 만드는 프로그램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과정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정비, 디지털카메라 강좌 등도 각 브랜드별로 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한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와 전혀 다른 시스템이었다. 또한 요가, 필라테스, 태권도 등 생활체육수업은 학점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이 때문에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커뮤니티 칼리지는 이름대로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도 많다.뿐만 아니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학습과 취업의 기회는 물론 동시에 강사로서의 기회 또한 제공하고 있다. 칼리지에서 학업 보조 역할을 하는 튜터링 센터는 일정 학점 이상의 평균을 유지하는 학생이 신청하면 튜터 자격을 준다. 튜터는 학교로부터 시간당 얼마간의 보수를 받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문제를 해결한다. 튜터 역할을 하는 학생에게는 학습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일종의 무료 과외수업을 제공하는 셈이다.커뮤니티 칼리지에서는 학생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지식과 인적 자원을 순환하게 한다.
# 학습부터 은퇴 후 재취업까지, 미국의 평생교육
속도는 느리지만 서서히 고령화가 진행 중인 미국에서도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돼왔다.노인 교육 프로그램은 삶의 질 향상, 건강·심리적 안정, 자신감 회복을 큰 목적으로 한다. 최근 들어서는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노인취업교육과 정보화교육, 세대간 벽을 허무는 공동체 교육 등이 주목받고 있다.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니어센터를 통해 다양한 노인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해왔다. 미국 최초의 시니어센터는 1943년 뉴욕에서 시작됐다. 공공복지부가 지역 내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창설한 복지 차원의 시니어센터는 1만3천여 개가 설치돼 1천만 명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다.시니어센터에서는 개인서비스형, 집단서비스형, 지역사회 서비스형 등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중 교육프로그램은 건강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여가활동, 그림·음악 등 예술관련 교육, 언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그러나 1980년대 들어 주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면서 은퇴자 학습센터(LRI:Learning in Retirement Institutes)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은퇴자학습센터에서는 은퇴자, 은퇴준비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을 통해 전환기 직업을 갖거나 관심분야의 자원봉사, 여가, 사회문화활동을 돕는다. 은퇴자학습센터는 프로그램의 계획과 평가, 교수법, 관리 등 학습과정에서 학습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대학에서는 노인들에게 전문학사 취득과정이나 비학위 과정, GED로 불리는 학력보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노인들에게 지역이 제공하는 대학교육을 받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미 갖춰진 대학의 시설을 이용하면서 저렴한 수업료로 학습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노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세대공동체 학습센터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시작한 세대공동체 프로그램은 노인이 해당 대학의 교수, 학부학생과 함께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는 리더십이나 세대공동체 협동연구, 복지, 은퇴계획 등 은퇴했거나 앞둔 노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대간 공동학습 프로그램은 지역 인적자원의 활용, 교육적 가치 제고는 물론 세대간 교육 및 문화 차이 해소, 상호간 이해 등의 결과를 내놓고 있다.최근에는 ‘여행은 평생공부’라는 인식과 함께 평생교육과 여행을 결합한 ‘엘더 호스텔’과 ‘로드 스칼러’의 인지도가 높다. 2001년 고령층에 진입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시점을 맞이하면서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관광정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1975년에 설립된 비영리민간 단체인 엘더호스텔은 은퇴자·노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은퇴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라는 것을 알린다. 엘더호스텔은 세계 100여 개국, 2천여 개 대학과 문화센터, 박물관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된다.‘유스호스텔’에서 젊음을 뜻하는 ‘유스’ 대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엘더(elder)’를 쓰는 엘더 호스텔은 대학의 인적·물적·교육적 자원을 활용해 야외활동, 봉사, 탐험, 국제교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행·학습·휴가를 한 번에 즐기는 ‘로드 스콜라(Road Scholar)’도 비슷한 프로그램인데 주로 해외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주일 내외의 기간동안 대학 내에서 숙식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바다와 강을 탐험하는 프로그램이나 크루즈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엘더 호스텔은 대학과 정부에서 재정적 보조를 맡고, 참가자들은 최소한의 비용을 투입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등교육과정을 접할 수 있다.학습과정 외에 지역의 노인을 고용하기 위한 취업교육도 활발하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 사회적 부양부담 등의 풀어야 할 과제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지역노인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후 재취업에 관심을 둔 노인들을 대상으로 지역 내 기업의 요구에 맞도록 적절한 직업교육을 진행, 향후에는 취업 기회까지 제공한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노인들은 희망 직능별 기초 교육을 받은 후 비영리 조직에 시간제로 취업하게 된다. 직무훈련을 받은 후에는 사회복지기관이나 병원, 도서관, 지역사회센터 등에서 업무를 맡는다. 미국의 도서관과 공항, 여행자센터 등에 유독 노인 근로자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노인고용 프로그램이 근로자 본인에게 직접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라 더욱 호응도가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는 유형의 노동력을 파악해 적절한 교육을 통해 필요한 노동력을 즉각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사회적 비용 부담 감소, 노인 근로자 개인에게는 급여 보장으로 경제적 자립과 함께 성취욕구 해소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평생교육은 ‘생애교육’이다. 평생교육은 제도권 내의 정형화된 학교교육과는 다른 개념이다. 학교 등 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형태에서 탈피해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애 전체 과정에 걸쳐 교육과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미국은 지역과 주민, 기업과 단체가 밀착한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교육과 학습으로 해소하고 있다. 미국 내 평생교육의 주도적 기관은 어느 한 곳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지역민’이 주체가 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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