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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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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음수율에 맞춰 쓰는 것이 시조다. 그러나 그는, 틀에 박히지 않은 그의 삶처럼 작품 또한 자유롭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자라난 손톱만큼만 틀어져 제대로 서지 못하는 한옥을 짓는 것이 업인 사람이다. 세상 어느 사람보다 틀에 짜인 삶을 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자유로운 그, 장재 시인이 자유시조 모음집 ‘시조 논객’을 내놨다.“예술은 발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문화의 한 갈래로 답습이나 모방에서 출발할진대 온고지신의 바탕 위에서 전통 시가의 역사 잇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것도 지나온 삶의 보상일 수 있겠지만, 돌 틈에 어렵사리 핀 민들레와 한동안 이야기해보는 것도 삶의 철학을 위해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장재 시인은 대목장이다. 젊은 시절에는 사는 순간순간이 고통이라 죽을 생각도 숱하게 했다.
가진 기술도 특출난 재능도 없어 몸을 쓰는 노동자로 살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청년 박을홍은 고향 장재곡의 이름을 따 박장재가 됐고, 노동자 박장재는 문화재수리기능보유자 대목2472호로 대우받고, 또 시간이 지나 시인이 됐다.시간만 무수히 지나온 것이 아니다. 청년 장재의 가슴을 들끓게 했던 고통을 풀어내는 방법도 깨쳤다. 장재 시인의 신작 ‘시조 논객’에서는 얼핏 시조가 아닌 듯도 보이는 자유시조를 연구하고 써온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장재 시인이 서평 대신 쓴 ‘창작의 언저리-다르다는 것이지 틀리다는 것은 아닐 터’에서는 그가 문학을 어떻게 대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서구 자유시나 정형시조에 치우치는 시인들과 비평가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문학의 중력에서 벗어날 듯 벗어나지 못하여 전통시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애절한 노래 만횡청, 정작 청아하고 뭉클하기에 전통 시가에서 버릴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그의 신작 ‘시조 논객’은 그가 끝없이 겪었던 번뇌를 담은 제1부 ‘아직도 바람소리’, 일상에서 문득 스치는 생각들을 담은 제2부 ‘하늘길’, 숱한 단상을 모은 제3부 ‘자유시조를 쓰는 까닭’과 4부 ‘창작 언저리’까지 모두 4부, 62편의 시조작품과 사설 5편이 실려있다. 주춧돌과 기둥 없이 서있는 집은 없다. 작품집에는 목수이자 시인인 장재가 지독한 고통에서 헤어나와 세상에 오롯이 서기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