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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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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들
문성해 시인
우묵함을 품는다는 것
사람이 매일 아침 오목한 손바닥 안에
세숫물을 담아내듯
저 독들도 곧 무언가를 품어
우려내거나 절여내거나 고아낼 것이다
그리운 장독
오래전부터 대문간 옆이나 우물가에 놓인 장독대를 기억하고 있을까?
새벽에 정화수 떠다 놓고 합장하여 비는 어머니의 간절한 뒷모습이 떠오르는 것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소금을 품고 있던 장독은 음식 저장 창고의 역할을 넘어 떫은 감을 소금물에 절여 겨우내 꺼내 먹게 했던 간식 공급처였다.
무엇보다 장독대는 한 해의 장맛과 된장, 고추장의 맛이 잘 익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손길과 관심이 집중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사라져버린 유물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한 곳에 정주하던 전통사회가 아닌 사회구조 변동에 따라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는 현대사회는 친구나 동료들이 떠나감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다. 우려내거나 절여서 고아내는 식품들이 사라지는 시대라는 말이다. 자판기에서 금방 빼먹는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이야 검은 보자기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배가 불룩한 장독의 진면목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옛것이 사라지는 것 중 하나가 되어버린 지금은 아파트 생활로 인해 장독의 자리마저 잃어버려 아련한 기억 속에 조그마한 그리움으로 어른거리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