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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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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꽃
강영식(시인)
바람소리가 들린다
꽃은 시간을 돌리는 프로펠러다
그 진격의 힘으로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끝없이, 세월이 가는 것이다
시공(時空) 속에 나타난 아름다운 시계 하나
인류의 역사는 물론 나의 존재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time and space)은 매우 중요하다. 태초에 세상이 열리고 인류가 시간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제대로 구분되어 왔을까. 시간의 역사에는 시계의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사람은 낮과 밤의 반복을 보며 달력을 만들고 그림자의 변화를 통하여 시간의 경과를알았다. Clock은 라틴어 Cloca에서 유래되었는데,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작동에 눈금이 필요했다. 시계의 역사는 해시계, 물시계, 모래시계, 불시계(양초, 램프), 기계시계, 진자시계, 아날로그, 디지털 등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꽃시계는 친환경적이다. 과학적 공학적 원리를 따지기 전에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소리없는 알람(alarm)이다. 우리는 늘 시간에 쫒기며 시간에 끌려가며 산다. 그러나 화자는 꽃이 시간을 돌리는 프로펠러라고 쓴다. 저절로 봄이 오고 가을이 오는 게 아니라 꽃이 나아가는 힘으로 세월이 간다고 한다. 지나간 봄의 그 꽃들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경이롭다.
한 번 지나가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 번 피어난 꽃은 다시 피지 않는다. 해마다 봄은 찾아와도 그때 그 봄은 아니다. 우리는 어디선가 본 듯한, 많이 보았어도 낯선 듯한 기시감과 미시감 속에 살아간다. 무한해보이지만 각자에게 유한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할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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