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오선지 위에 악보
구름이
뭉개버린 한 줄
악사의 꿈 화가가 되어
급선회하네.
하늘 오선지는 그림이 되고 시가 되다
다섯 가닥의 전선줄에 새들이 앉아 있으면 오선지 악보와 음표로 보일 때가 있다. 참새, 까마귀, 비둘기, 제비, 갈매기……. 새에 따라서 흐르는 선율은 달라진다. 오늘은 드넓은 하늘에 다이내믹한 큰 새가 날아올랐다. 블랙이글스팀의 T-50 골든 이글이다. 이 곡예비행용에 무기를 장착하면 F/A-50으로 전투용 공격기로 쓰인다고 한다. 비행기 기종과 목적에 관한 것은 현역 공군에게 직접 문의하고 확인했다.세기말 1999년에서 밀레니엄 시대가 열리는 2000년 1월 1일 호미곶에서 새롭고 경이로운 아침을 맞이한 적 있다. 동해 수평선 하늘 위에 나타난 2000이라는 선명한 글자와 태극마크를 잊을 수 없다. 하늘 위에 긴 구름이 펼쳐지는 날이 있다. 높은 고도에 차갑고 습할 때 더욱 잘 보이는 비행운이다. 저 곡예비행은 낮은 고도에서 연막장치에 의하여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다.화자는 음악가와 화가의 꿈을 떠올린다. 하늘색 꿈, 무지개 꿈,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 꿈……. 하늘은 많은 것을 꿈꾸게 한다. 소년에서 청년 장년 노년으로 바뀌면서 그 꿈들은 현실화되고 퇴색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신선한 꿈과 상상력을 잃지 말아야 하리라. 화자는 최근에 시집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를 펴낸 시인이다. 문장이나 그림이나 사진은 그 사람과 닮아 있다. 그녀의 문장 역시 저 대각선의 힘찬 비행기 구름과 닮아 있다. 시인의 희망사항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