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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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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홍미애
언제 뽑힐지 몰라
온몸 세우고
남은 생 가늠하는
중앙의 가장자리, 변방의 중심
무대 앞에 광대 둘이 서 있다. 어쩌면 저 광대는 둘이 아니라 하나와 그의 분신일 수도 있다. 현란한 조명 화려한 치장이 아닌 모래 알갱이 묻은 무대 앞에 광대나물이 진지하다. 남루하지만 오롯한 저 무대. 여럿 중에 선택되어 뽑혀 왔지만 언제 뿌리 뽑힐지 몰라 다소 불안하다. 미물인 벌레나 작은 들풀이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생이 어디 있으랴. 변방이 중심이고, 한 가운데가 구석이다.
문득 독일의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가 떠오른다. 황석영 소설가의 강의를 직접 들은 적 있는데, 모든 사람은 광대라고 했다. 글을 써서 대중과 호흡하는 문인은 특히 더 광대같은 존재라며 웃었다.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은 ‘모던 타임스’로 널리 알려졌지만 세계적인 광대였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와 “나는 신과 평화롭게 지낸다. 다만 인간과 갈등이 있을 뿐이다”가 인상적이었다. 위 디카시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세상엔 영원한 게 있을까. 우리는 1세기도 못 살면서 진리와 착오를 잊고 지낸다. 누군가에게 뽑혀 왔을까. 누군가에게 뽑혀갈까. 한 조각 구름으로 왔다가 언젠가는 한 줄기 구름으로 돌아가야 한다. 날마다 바짝 긴장하며 사는 건 너무 살벌하고, 늘 겸허하게 감사해야할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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