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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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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김영빈
어떤 등(燈)은
세상을 밝혀주고
어떤 등(背)은
쉼터가 되어주지
등불의 시학, 등의 미학
꺼진 가로등 위로 보름달이 떴다. 바닷가의 갈매기가 쉬어가고, 내륙의 새들이 앉았다가는 가로등 덮개에 지금 이 순간은 달이 잠시 휴식중이다. 화자는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보며 빛을 내는 light, lamp, lantern과 쉼터를 떠올렸다. 또한 동음이의어 등(燈)과 등(back)과 등(背)을 생각했을 것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시켜 지구에 도달하지만 만월인 경우 금성 밝기의 1천500배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은은하게 밤길을 밝혀준다.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환한 산 하나가 되네. 환한 바다가 되네. 모든 그림자를 쓰러뜨리고 가는 바람 한 줄기” 강은교 시인은 ‘등불과 바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는 거울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빛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 어둡고 암울하고 삭막한 세상에 등이 되고 쉼터가 되는 사람이 많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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